‘실업 대란’이란 말이 무색할 만큼 중소제조업체들이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 구직자들이 힘든 일, 이른바 ‘3D’업종은 여전히 기피하기 때문.
직원수 60명 정도의 중소기업인 D섬유는 내국인만 채용하던 방침을 수정, 염색 파트에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하기로 했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이후 실직자들이 몰려오고 있지만 채용 후 일주일도 안돼 그만 두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
정부가 내국인 고용을 촉진하기 위해 외국인 연수생을 내국인으로 교체하는 중소기업에 대해 낮은 이자로 자금을 지원해주겠다는 방침을 밝힌 후 개설한 접수 창구도 지원 업체가 없어 한산하기만 하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의 한 관계자는 “정부 방침이 발표된 후 한달이 지났는데도 신청기업이 20여곳에 불과하다”며 “외국인 근로자의 임금이 워낙 싼데다 이들을 대체할 국내 인력을 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업체의 모임인 연수업체협의회(회장 한상원·韓相元)가 2백50여 회원사를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조사도 이를 여실히 말해준다. 이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69.1%가 ‘중소제조업체를 찾는 내국인 인력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31.5%만 ‘국가적 차원에서 내국인 대체를 고려중’이라고 답했다.
지난달 15일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에 설치된 ‘산업기능요원 채용상담소’도 구인자수가 오히려 구직자보다 많은 ‘기현상’을 보였다.
산업기능요원들은 근무하던 업체가 문을 닫을 경우 3개월 이내에 재취업하지 못하면 현역병으로 입대해야 한다. 최근 부도 사태로 일자리를 잃은 산업기능요원이 크게 늘고 있지만(본보 4월16일자 보도) 한달동안 이곳을 찾은 재취업 희망자는 불과 50여명. 같은 기간 1백40여개 병역특례업체에서 5백50여명의 인력이 필요하다는 신청서를 접수한 것과 대조를 이뤘다.
〈홍석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