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년 3월14일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은 혼자 공군사관학교 졸업식에 참석했다. 김대통령이 무표정한 얼굴로 혼자 공사졸업식에 나타나자 군 관계자들 사이에서 ‘소리없는 술렁임’이 일었다. 사관학교 졸업식에는 대통령이 부인과 함께 참석하는게 오랜 관례였기 때문이었다.
‘소리없는 술렁임’은 곧 김대통령의 부인 손명순(孫命順)여사에 대한 ‘이해’로 바뀌었다.‘온 나라가 자식을 구속하라고 난리인데 졸업식에 참석할 정신이 있겠느냐’는 이해였다.
한보사건은 김대통령뿐만 아니라 손여사도 넋을 잃게 만들었다.
당시 청와대 사정을 잘 아는 여권 관계자의 설명.
“손여사는 그 당시 눈물로 지새우는 날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김대통령이 집무를 마치고 관저로 돌아오면 ‘왜 현철이를 감옥에 보내려고 하느냐’며 말다툼하기 일쑤였습니다. 그 전에도 손여사는 현철씨 얘기만 나오면 ‘우리 현철이가 뭘 잘못했다고 그러느냐’며 날카로운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러니 잠인들 제대로 잤겠습니까. 당시 김대통령 얼굴이 늘 푸석푸석해 보인 것은 그래서였습니다.”
유난히 정이 많은 손여사였다.
김대통령이 청와대에 들어갈 때도 “그 넓은 곳에 내외만 있으면 쓸쓸하니 자식 하나만이라도 데리고 가자”고 한 손여사였다. 손여사는 손자들이 학교에도 제대로 못간다는 말을 전해듣고 울었다고 민주계 소장인사는 전했다. 실제로 현철씨 자녀들은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했다. 당시 ‘현철씨가 이민을 생각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돈 것도 그래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