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향기요법」으로 부부사랑 달콤하게

입력 | 1998-05-21 19:26:00


서울 한마음신경정신과에 주부 C씨(35)가 찾아왔다. 그는 2주전부터 남편과 각방을 쓰고 있었다. 이유는 ‘냄새’ 때문.

“3주전부터 성관계를 가지려고 하면 갑자기 남편(39·사업)에게서 생선 썩는 냄새가 진동했어요. 섹스는커녕 함께 잠조차 잘 수 없어 몸을 씻으라고 화를 냈죠. 남편은 마지못해 하루 4번씩 샤워를 했지만 악취는 여전했어요.”

이 병원 이규환박사가 남편을 만나본 결과 C씨는 ‘전혀 없는’ 냄새에 괴로워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C씨는 강박증 초기로 환취(幻臭)증세를 보이고 있었던 것.

“한달전 친한 친구의 남편이 외도해 이혼한 사실이 C씨를 자극했습니다. C씨는 오래전부터 남편과의 성생활에 대한 불만으로 무의식 깊은 곳에 헤어지고 싶은 욕망을 가지고 있었죠. 그 욕망이 친구의 이혼에 자극받아 남편과 멀어질 수 있는 매개를 구하게 되고 그것이 ‘가짜 악취’로 이어진 겁니다.”(이박사)

▼ 안먹어도 배부르다

주부들이 심심찮게 하는 말, ‘음식냄새를 많이 맡았더니 식욕이 없어진다’는 일리있는 말씀. 인간의 후각중추가 있는 대뇌의 ‘변연계’에는 후각 뿐만 아니라 온화함 공격성 식욕 성욕 등 감정과 감각에 관계된 중추들이 모여 있다. 따라서 인접한 ‘배고픔’의 감각을 후각중추가 자극, 먹지 않고도 포만감을 느끼는 것.

“대인관계에 자신이 없는 사람들 중엔 냄새가 없는데도 ‘입에서 악취가 난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부간의 키스나 성관계도 기피하지요. 대인공포의 심리가 후각중추를 자극한 예입니다. 정신분석에선 환취증상을 ‘숨은 성욕’과 관계 있는 것으로 진단합니다.”(양창순 백제병원신경정신과장)

특정한 냄새(향기)를 이용, 기쁨 등의 감정과 성적욕구를 자극할 수 있다는 게 향치료(Aromatherapy)의 원리.

▼ 남편을 냄새의 노예로

“동남아에선 신방 침대를 일랑일랑이란 꽃으로 장식하는 풍습이 있습니다. 꽃냄새가 최음효과를 가져온다는 얘기죠. 클레오파트라가 즐기던 장미와 재스민 등의 향과 더불어 계피나 흑후추향은 성욕 자극효과가 있습니다.”(오홍근 자연치료의학회장)

‘수요일엔 빨간 장미’도 알고보니 간단찮은 유혹의 선물(?).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는 냄새는 민감한 의사소통수단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 생후 2,3일 된 신생아도 어머니의 젖과 겨드랑이 냄새를 정확히 분간한다는 사실이 실험결과(85년 미국 체르녹과 포터 공동연구) 밝혀졌다. 생리주기가 다른 여성들이 한 기숙사에 모여 살면 생리주기가 비슷해 지는 경우(생리시샘)가 보고되는 것도 생리혈속의 성페로몬 냄새가 주변사람을 자극하기 때문이라는 분석.

“아내가 특정한 향수를 사용했을 때만 발기가 된다는 환자도 있습니다. 그만큼 냄새가 성적흥분의 매개가 될 수 있다는 증거죠. 이 경우 특정 향기가 아닌 아내의 체취로 매개를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한마음신경정신과 이박사)

장미다, 레몬이다, 박하다 듬뿍 넣어 목욕한 아내에게 퇴근한 남편이 문을 열자마자 하는 말, “무슨 모기약 뿌렸냐?” 이제부턴 코를 열심히 벌름거려보면 어떨까. 향기는 ‘시너지효과’가 있다는데. 누가 아는가, 장미향에 아내의 체취가 섞이면 내일부터 처진 운명이 송두리째 달라질지….

〈이승재기자〉

◆ 오홍근 원장이 제시하는 향기의 성격과 효능

▼성격

흑후추향〓인내심

카네이션향〓자유스러움

계피향〓온화함

사이프러스향〓현명함 정의감

생강향〓힘을 실어줌 용기

자몽향〓즐거움

재스민향〓성적흥분 자극적

라벤더향〓조화 포용

레몬향〓자극적 소독정화

오렌지향〓행복감 에너지충만

박하향〓각성 자극적

소나무향〓이해력 자비심

장미향〓사랑 흥분 즐거움

백리향〓열정 힘

일랑일랑〓성적흥분

▼효능

진통효과〓라벤더 오렌지 양국화

수면효과〓마저럼 양국화

기억증진〓흑후추 레몬 로즈메리 박하

감정조절〓재스민 장미 자몽

성기능조절〓장미 재스민 일랑일랑

소화촉진〓제라늄 유향 박하

강장효과〓로즈메리 주니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