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 대남 잠수침투훈련 중 백령도로 귀순한 이덕남(李德男·32)씨가 북한 인민군출신 귀순자로서는 처음으로 해외신혼여행을 떠난다.이씨는 24일 자신의 직장인 한국공항공단에서 화촉을 밝힌 뒤 곧바로 해외 신혼여행길에 오른다.
지금까지 북한 인민군출신 귀순자들은 국가안보와 신변안전 등의 이유로 결혼을 한 뒤에도 상당 기간 해외여행을 할 수 없었다. 해외여행을 하더라도 관계당국이 지정한 안전요원과 반드시 동행해야 했다.
관계당국은 공항공단 4급 사원으로 일하는 이씨에 대해서도 처음에는 신변위험 등을 고려해 국내 신혼여행을 권유했었다.
그런데도 결국 해외신혼여행을 허가했을 뿐만 아니라 안전요원도 동행시키지 않고 두사람만 보내기로 결정한 것.
이씨가 자유로운 해외여행을 허가받은 것은 결혼상대자인 김모씨(26) 덕택이다. 이씨의 순수한 성격에 반했다는 김씨는 H대 대학원에서 철학을 전공하며 자신의 주장을 분명히 밝히는 신세대 신부. 신혼의 첫날을 외국에서 같이 보낸 추억을 갖고 싶다는 희망을 직접 관계당국에 찾아가 수차례 호소한 끝에 해외여행허가를 받은 것.관계당국은 이씨의 경우 자유사회에 대한 적응 정도가 매우 높아 신변상의 위험이 닥치더라도 스스로 대처할 능력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이씨는 96년 강릉무장간첩침투사건 당시 생포된 간첩 이광수를 설득하는 데 기여한 공로도 감안됐다는 것.
이번에 처음으로 여권을 발급받은 이씨는 “결혼과 동시에 국내외를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완전한 한국인이 됐다”며 기뻐했다.결혼식에서는 인기드라마 ‘모래시계’를 연출한 김종학씨가 북한 양강도에 살고 있는 이씨의 아버지(73)를 대신해 아버지 역할을 맡는다.
〈정위용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