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하르토 인도네시아공화국 대통령이 21일 32년간 지켜온 권좌에서 물러났다.
수하르토는 이날 오전11시(한국시간) “바차루딘 주수프 하비비부통령에게 대통령직을 넘기고 물러난다”고 발표했다.
하비비는 수하르토의 하야선언 직후 대통령궁에서 대통령 취임선서를 했으며 군부는 권력이양 지지 의사를 밝혔다. 하비비는 2003년 3월까지인 수하르토의 잔여임기 동안 재임하게 된다.
국민의 반독재투쟁과 유혈폭동으로 혼미를 거듭해온 인도네시아사태는 수하르토의 퇴진으로 일단 한 고비를 넘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학생과 재야세력이 수하르토의 처벌과 재산환수 및 조기 대통령선거를 요구하고 있고 권력기반이 취약한 하비비신임대통령이 단명으로 끝날 것이라는 전망도 대두돼 정국불안은 계속될 전망이다.
수하르토는 이날 대통령궁에서 발표한 성명을 통해 “나는 이 성명을 낭독하는 순간부터 인도네시아 대통령직을 그만두기로 결심했다”며 자신의 잘못을 용서해줄 것을 국민에게 호소하고 “집권기간중 지지해준 국민과 각료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위란토 국방장관 겸 통합군사령관은 하비비의 취임선서 직후 “군은 수하르토대통령이 하비비신임대통령에게 권력을 이양한 것을 지지한다”고 발표하고 “군은 수하르토 전대통령과 그 가족들의 안전과 명예를 보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반정부 투쟁을 이끌어온 이슬람교 지도자 아미엔 라이스는 이날 사임한 수하르토를 재판에 회부할 것을 요구하고 “차기 대통령선거에 출마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수하르토 축출을 주도한 학생들도 수하르토의 처벌과 재산몰수를 요구하면서 권력을 승계한 하비비가 사임할 때까지 투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슬람단체 인도네시아 지식인연합(ICMI)의 아크마드 티르토수디로 의장은 “하비비에 대한 사임압력이 가중되기 전에 조기대선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하르토는 사임발표 전 20일 밤 센다 관저에서 사딜라 무르시드국무장관, 수다르모노 전부통령, 헌법학자인 유스릴 이자마헨드라 등과 심야회담을 가졌다.
미국은 일단 수하르토의 사임발표를 환영했으나 언론들은 하비비의 장래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일본도 하비비정부의 정치 경제개혁 전망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인도네시아 루피아화는 외환시장에서 소폭의 상승세를 보였으나 다른 아시아통화는 소폭의 등락세를 거듭하는 신중한 반응을 보여 수하르토의 사임소식이 큰 호재로 작용하지 않았다.
〈자카르타〓김승련특파원·워싱턴외신종합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