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전 10시부터 서울방송(SBS) 탄현스튜디오에서 열린 경기도지사 후보 TV합동토론회는 초반부터 국민회의 임창열(林昌烈)후보와 한나라당 손학규(孫鶴圭)후보의 공방이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불꽃을 튀겼다.
손후보는 ‘환란책임론’ ‘말바꾸기전력’ 등으로 임후보를 날카롭게 찔렀고 임후보는 ‘경제도지사론’으로 손후보의 공격을 막아내며 ‘뇌염백신 영아 임상실험사건’ 등으로 역공을 가했다.
두 후보는 말로는 ‘고교(경기고) 선후배’였으나 내용적으로는 상대방의 ‘아픈 곳’을 사정없이 헤집어 정치세계의 냉엄함을 실감케 했다.
먼저 두 후보는 ‘경제도지사론’을 놓고 설전을 벌였다. 경제부총리 출신인 임후보는 “하루빨리 경제전문가가 당선돼 경기도 경제를 살려야 한다”며 자신의 경력을 은근히 부각시켰다.
손후보는 “경제전문가라는 사실을 인정하지만 경제전문가가 도지사를 잘 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고 자신의 다양한 정치 관료경험을 내세웠다.
이 논쟁은 서로 도지사가 되면 상대후보를 모시겠다는 가시돋친 설전으로 이어졌다. 손후보가 “경기지사가 되면 임후보를 상임 경제상담역으로 임명하겠다”고 농담을 던지자 임후보도 뒤질세라 “경기도 경제가 어려우니 ‘경제 전문가’인 내가 도지사를 맡고 손후보의 장점을 살려 모시겠다”고 맞받았다.
두 후보는 △수도권 정비계획법 △실업문제 △환경 교통문제 △중소기업 육성문제 등 경기도의 각종 현안에 대해서도 어김없이 정면 충돌, 열기를 더했다.
‘경기도 토박이론’도 손후보의 선공으로 시작됐다. 손후보가 “경기도에 살아야 경기도를 알 수 있다”며 임후보가 타지출신임을 부각시키자 임후보는 “6·25때 피란생활을 김포에서, ROTC 군복무는 연천에서, 공직생활 20년을 과천에서 했다”고 경기도와의 인연을 나열했다.
손후보는 “임후보가 통산장관을 역임할 때 중소기업을 위해 무엇을 했느냐”고 묻자 임후보는 “벤처산업육성법을 통과시킨 것이 바로 나”라며 “중소기협중앙회에서 표창장까지 받았다. 나중에 보여드리겠다”고 응수했다.
임후보는 손후보의 보건복지부장관 시절 ‘중국산 뇌염백신 영아 임상실험’문제를 물고 늘어졌다. 손후보가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소관사항이고 결재는 과장 전결”이라고 답변하자 임후보는 “손후보는 도정을 운영하다 일이 잘못되면 과장에게 책임을 미룰 것이냐”고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두 후보는 토론 도중 “그렇게 말바꾸기를 하면 안된다” “도민을 현혹시켜서는 안된다”(손후보) “손후보가 오히려 말바꾸기를 하고 있다” “내 질문에 답변하기 어려운 모양이죠”(임후보)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윤영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