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대로 밤을 새우며 공장밸브를 살피는 것은 어렵지 않아요. 차라리 온통 남자용뿐인 샤워실 화장실을 이용하는 것이 신경이 쓰입니다. 근무복도 남성체형에 맞춰 만들어졌거든요.”
LG칼텍스정유 여천공장의 김미영(金美暎) 김정후(金姃厚)사원. 1월 대졸공채로 입사, 국내 정유업계 사상 최초의 여성엔지니어라는 기록을 가진 당찬 ‘홍이점(紅二點)’이다. 같은 대학(서울대 화학공학과)과 대학원을 졸업한 26세 동갑내기에 회사 사택에서도 같은 방을 쓴다.
두사람이 생산현장에 투입된 것은 회사 방침 때문. 기술직으로 입사한 사원은 2년동안 현장을 익혀야 숙련된 엔지니어로 ‘입신’할 수 있다. 두사람은 6백70여명의 다른 ‘남성’ 엔지니어들과 함께 3교대로 현장에 투입돼 공장 가동상황을 점검한다. 오후11시 시작되는 ‘나이트조’ 근무가 끝나면 온몸이 파김치지만 남자사원들에 비해 ‘체력이 달린다’는 느낌을 가져본 적은 없다.
“첫 여성 엔지니어라는 부담감이 큽니다. 책 잡히지 않으려면 몇배나 노력을 해야 하거든요.”
두 ‘여장부’가 입사하는 바람에 여천공장의 분위기도 많이 달라졌다. 남자사원들의 행동거지가 조심스러워진 것은 물론 ‘술자리 문화’도 건전해졌다.
〈박래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