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관청의 ‘안전불감증’과 ‘적당주의’가 우리 아이의 생명을 앗아갈 뻔했습니다.”
여동희씨(28·주부·서울 수유5동)는 사고 당시의 아찔한 순간을 떠올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여씨가 서울 원남동 파출소에서 순경으로 근무하고 있는 남편에게 서류를 전달하기 위해 집을 나선 20일 저녁.
걸음마를 갓 시작한 두살배기 상현이도 아빠를 보러가기 위해 엄마손을 꼭 붙잡고 따라나섰다.
남편을 만난 뒤 귀가하기 위해 종로구 창경궁 맞은 편에 있는 버스정류소에서 남편의 배웅을 받으며 버스를 기다리던 순간.
여씨는 상현이가 균형을 잃고 쓰러지다가 정류소옆에 서 있던 가로등을 껴안는 걸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순간 아들의 자지러지는 울음소리에 기겁한 여씨가 상현이를 급히 부축해보니 오른손이 새까맣게 타 있었다.
“가로등 하단부 점검반이 열린데다 피복이 벗겨진 채 튀어나온 전선에 손이 닿으면서 감전사고를 당한 것입니다.”
상현이는 곧바로 인근병원 응급실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상처가 너무 심해 이식수술을 받아야 할 형편이다.
이 점검반에는 2백20V의 고압전류가 흘러 상현이는 자칫 생명을 잃을 뻔했다.
사고 당시 문제의 가로등뿐만 아니라 인근에 설치된 6개 가로등의 점검반이 열린 채로 아무렇게나 방치돼 있었다.
종로구청측은 “전선연결 작업 뒤 전선을 절연테이프로 싸고 나사로 고정시켜야 하는데 관리소홀로 사고가 일어난 것 같다”고 변명했다.
여씨는 “관할관청에서 작업 후 조금만 신경써 마무리를 해주었더라면 이런 사고가 있었겠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21일 기자가 현장에서 취재를 하자 그때서야 종로구청은 작업반을 보내 가로등의 점검반을 교체하는 등 부산을 떨었다.
〈윤상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