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취하기만 하면 옆사람을 붙들어 앉힌 뒤 헤어진 연인 이야기를 주절주절 늘어놓는 남자. 그런데 이 사람의 연애담이란 게 황당하기 이를 데 없다.
옛날 연인 중 한 여자는 알고보니 사람이 아니라 자동인형에 불과했고 다른 한 사람은 마법사의 사주로 다이아몬드 반지를 빼앗아 도망쳐 버렸으며 또 한 여인은 ‘노래의 저주’에 빠져 죽어버리는 바람에 자기는 한번도 사랑에 성공하지 못했다는 것.
자크 오펜바흐의 오페라 ‘호프만의 이야기’ 줄거리다. 오펜바흐 최후의 대작인 이 작품을 서울시립오페라단이 공연한다. 30일∼내달3일 오후7시반 세종문화회관 대강당.
‘호프만의 이야기’ 대본은 독일 중기 낭만파의 문호 ETA호프만이 쓴 단편소설들을 끼워맞춰 만든 것. ‘요정 낭만주의’의 자유로운 상상력이 한껏 발휘돼 있다. 대본을 접한 오펜바흐는 “나도 오페레타(가벼운 내용과 쉬운 음악을 가진 프랑스 오스트리아 특유의 가극)가 아닌 본격적인 오페라를 쓰겠다”고 의욕을 보였지만 작품을 완성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이 때문에 ‘호프만의 이야기’는 ‘한번 상연 때마다 하나의 새 악보가 나온다’고 얘기될 만큼 다양한 모습으로 연주된다.
유럽 각국의 문화특징을 보여주는 무대는 작품의 큰 매력. 원작은 더없이 독일적인 내음을 흩뿌리지만 작곡가는 프랑스식 오페레타 작법의 탐미적 매력을 응용해 음악을 썼고 장면은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을 넘나든다.
작품의 히로인은 자동인형 올랭피아, 마법사의 끄나풀 줄리에타, 병든 가수 안토니아 등 3명. 배역의 개성이 워낙 다른 탓에 각기 다른 3명의 소프라노가 출연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번 공연에도 올랭피아역에 곽신형 공영숙 신애경, 줄리에타역에 정은숙 윤현주 고윤이, 안토니아역에 박정원 신지화 한혜화가 3교대로 나와 아홉빛깔의 화려한 대결을 펼친다.
최근 예술의 전당 음악감독으로 부임한 연출가 문호근은 이 작품을 끝으로 당분간 오페라 연출활동을 중단할 예정. 유명한 ‘호프만의 뱃노래’는 호프만의 친구 니클라우스와 줄리에타가 부르는 노래다. 02―399―1670(세종문화회관)
〈유윤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