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 같았던 감금생활을 잊을 수가 없어요. 탈출하지 못했다면 아마 미쳐버렸을 거예요.”
21일 서울지검 동부지청에 구속된 ‘현대판 노예상’의 범죄사실을 확인해 주던 이모양(17)은 ‘죽지 못해 살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치를 떨었다.
이양은 96년 5월부터 3개월간 서울 종로구 숭인동 B단란주점 업주 최남준(崔南俊·44)씨와 동거녀 조용자(趙龍子·32)씨에 의해 감금된 채 손님의 술시중을 들어야 했다. 당시 이양은 중학교 1학년을 중퇴한 14세였다.
정보지의 구인광고를 보고 B단란주점을 찾아갔던 이양은 같은 나이 또래의 소녀 7,8명과 함께 단란주점 2층 10여평의 방에 갇혔다.
이 단란주점 2층에서 외부로 연결된 유일한 통로는 1층 홀과 연결된 비밀계단. 최씨와 조씨는 비밀계단의 문을 자물쇠로 채워 놓고 소녀들을 외부와 격리시켰다.
B단란주점을 찾아오는 소녀들은 차례로 최씨의 성적 노리개로 전락했고 도망치다 잡히면 어김없이 야구 방망이와 주먹 세례를 받았다. 매상을 올리기 위해 테이블 밑에 숨겨놓은 휴지통에 술을 버려야 했고 그 양이 적으면 매질을 당했다.
최씨와 조씨는 손님과의 외박을 강요한 뒤 여관 출입구에서 기다리며 감시를 멈추지 않았다.
탈출할 기회를 엿보던 이양은 미장원에서 만난 아줌마의 휴대전화로 할머니에게 연락, ‘생지옥’에서 간신히 탈출할 수 있었다.
최씨와 조씨가 구속되기 전까지 B단란주점에서 이양처럼 ‘노예생활’을 경험한 14∼17세의 소녀는 모두 20여명.
“처음에 신고를 받고 ‘서울 한복판에서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하며 내 귀를 의심했었죠. 인면수심(人面獸心)을 실감했습니다.”
수사를 담당한 김학석(金學奭)검사는 장탄식을 했다.
〈이명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