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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하르토 사임 전날 印尼군부 하야 압력

입력 | 1998-05-25 06:36:00


21일 오전9시 하야성명을 발표한 수하르토 전인도네시아 대통령은 불과 9시간전에 하야를 결심한 것으로 밝혀졌다.

AP통신에 따르면 수하르토는 사임전날인 20일을 자카르타 시내 사저에서 보냈다. 초저녁 무렵 그가 기르는 앵무새가 요란하게 울기 시작했다. 고위 인사의 방문을 알리는 앵무새 소리는 32년에 걸친 수하르토의 철권통치가 무너져 내리는 신호였다.

그를 찾은 사람은 군최고 실력자이자 최측근인 위란토 통합군사령관. 위란토는 “대통령의 사임을 바란다”는 군부의 뜻을 전했다. 마지막 보루였던 군부가 등을 돌리다니…. 수하르토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는 이날 낮 38명의 각료 중 11명이 대통령이 사임하지 않을 경우 일괄사직하겠다고 ‘위협’했을 때만 해도 태연했었다.

수하르토는 표정을 추스른 뒤 수다르모노와 트라이 수트리스노 등 전부통령 2명을 만난 뒤 자녀를 모두 불러 저녁을 함께 했다. 밤 9시경에는 오랜 친구인 하비비부통령과 밀담을 나눴다.자정 무렵 수하르토는 마침내 측근에게 하야 결심을 밝혔다.

다음날 아침 수하르토는 맏딸 투투와 함께 메르세데스 벤츠 뒷자리에 올라탔다. 그가 메르데카 대통령궁에 도착해 사임을 발표하는 동안 대통령 전용차임을 표시하는 벤츠의 번호판 ‘RI1’은 아무런 뜻이 없는 ‘244―AR’로 바뀌었다.

〈윤성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