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것은 크기다(Size does matter).’
성적 의미를 담은 표현을 빌려 ‘주연 동물’의 거대함을 자랑하는 영화 ‘고질라’의 선전문구가 지금 미국 도시마다 나부끼고 있다.
16일 오전 동아일보는 뉴욕의 와도르프 아스토리아호텔에서 감독 제작자 주연배우들을 4시간에 걸쳐 인터뷰했다.
“크기요? 물론 중요하지요. 하지만 저는 그 문구를 ‘가슴의 크기’가 중요하다고 바꾸고 싶군요.”
‘레옹’으로 유명한 배우 장 르노(프랑스보험회사 조사원 역)는 ‘가슴의 따뜻함’을 강조하며 ‘인간의 희생물인 괴수의 고통’을 눈여겨 봐달라고 당부한다.
‘인디펜던스 데이’로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롤랜드 에머리히감독도 “지금까지 상영돼온 괴물영화의 결정판인 동시에 전혀 새로운 성격을 가진 고질라를 만들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배우 고질라’의 ‘탄생’은 5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이 남태평양 비키니환초에서 수소폭탄 실험을 강행한 수개월 후인 54년말 일본영화사 도호가 ‘고지라’라는 영화에서 괴물을 처음 등장시켰다.
실제로 당시 미군의 핵실험때 근처에서 일본 어선이 조업중이었고 나중에 선원들이 심한 방사능오염 후유증을 앓았다. 이때부터 미국과 일본에서 22편의 고질라류 영화들이 만들어졌고 영화속 ‘악역 국가’는 미일관계 등 국제관계에 따라 바뀌어왔다.
‘새로운 고질라 캐릭터의 창조’와 더불어 제작진이 자랑하는 것은 특수효과의 극대화.
에머리히감독은 “수많은 대형 및 소형 미니어처, 애니메트로닉 모델(움직이는 동물모양의 기계), 컴퓨터제너레이티드이미지(CGI)를 복합적으로 사용해 고질라에게 ‘생명’을 불어넣었다”고 말했다.
번잡한 뉴욕시가에서 어떻게 그런 촬영이 가능했을까. 제작자 딘 데블린은 “밤8시 이후 새벽6시까지에만 촬영이 허용됐기 때문에 매일밤 수백명의 엑스트라와 중장비가 시내로 투입됐다가 새벽이면 썰물같이 철수했다. 고질라의 눈으로 바라보는 뉴욕시가지를 표현하기 위해 특수카메라를 장착한 헬기를 동원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데블린은 총제작비에 대해서는 “‘인디펜던스 데이’보다는 훨씬 많고 ‘타이타닉’보다는 적게 들었다”며 “구체적인 액수는 절대 밝힐 수 없다”고 해 궁금증을 더하게 했다.
〈뉴욕〓이기홍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