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 눈물’ ‘대왕의 길’ ‘왕(王)과 비(妃)’.
드라마 제목에 대권(大權)을 상징하는 용어가 유행한다.
최근 KBS는 ‘용의 눈물’ 후속으로 방영되는 드라마 제목을 ‘바람의생애’에서‘왕과비’로바꿨다.
다음달 6일 첫회가 방영되는 이 드라마는 문종에서 성종에 이르는 시기를 배경으로 수양대군의 대권 획득 과정과 정희왕후 인수대비 등 막강한 권위를 휘두른 여성들의 역할을 그릴 예정. 탤런트 임동진이 세조역을 맡았고 한혜숙과 채시라가 정희왕후와 인수대비역에 각각 캐스팅됐다. 최종원이 이덕화 정진 주호성에 이어 4대 한명회로 출연한다.
○…드라마 제목을 두고 ‘왕과 비’와 경선을 벌였던 후보들은 ‘왕조의 계단’ ‘승천무’ ‘수양록’ ‘풍운의 왕조’ ‘계유정란’ 등 20여개에 이른다.
윤흥식부주간은 “‘바람의 생애’가 추상적이라는 의견이 많았다”면서 “이 드라마가 세조와 함께 정희왕후 인수대비의 이야기가 중심을 이루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왕과 비’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MBC도 현재 수목드라마로 방영중인 사극의 제목을 당초 ‘화산(花山)가는 길’에서 ‘대왕의 길’로 바꾼 바 있다.
○…강력한 군왕을 다룬 사극이나 드라마 제목의 ‘왕풍(王風)’은 최근 들어 두드러진 현상이다. 과거 사극들은 ‘만강’ ‘임꺽정’ ‘장녹수’ ‘장희빈’ 등 여성이나 범인(凡人)들이 대부분 주인공이었고 제목도 ‘수양대군’ ‘연산군’ 등 고유명사가 주로 등장했었다.
방송가의 한 관계자는 “‘용의 눈물’의 성공이 일차적 원인”이라면서도 “새 정권 출범 이후 왕이 속속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이를 직접적으로 묘사하는 제목이 늘고 있는 것은 재미있는 연구대상”이라고 말했다. 강한 카리스마와 탁월한 능력으로 IMF위기를 떨쳐내고 나라를 반석에 올려놓을 ‘왕’을 고대하는 ‘안방 심리’가 반영된 것은 아닐까.
〈김갑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