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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김우경/「청소년의 달」필요없게 하자

입력 | 1998-05-25 19:28:00


가정의 달인 5월에는 청소년을 보호하자는 캠페인과 관련 활동을 어디서나 볼 수 있다. 하지만 오히려 5월에 청소년 범죄가 대폭 증가하고 가출 청소년도 늘어나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요즘은 청소년을 고객으로 취급하거나 윤락행위를 시키며 경기불황을 타개하려는 유흥업소마저 생기는 실정이다. 여고생에게 교복을 입힌 채 술시중을 들게 하고 윤락을 시키는 기가 막힌 사건까지 발생했다. 지난해 학교폭력은 93년에 비해 무려 7.2배 증가했다.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거나 폭력을 견디다 못해 목숨을 끊고, 가출한 청소년의 생사를 알지 못해 애태우는 가정이 속출하고 있다.우리가 돈벌이에만 파묻혀 우리의 아들 딸인 청소년을 폭력과 유해환경에 물들게 하는 것은 우리의 희망을 짓밟는 어리석은 짓이다. IMF체제를 극복하고 경제적 풍요를 다시 누린다 해도 새싹이 제대로 자라지 않는다면 우리의 미래는 암울해질 수밖에 없다.

검찰이 지난해 9월 ‘자녀 안심하고 학교보내기운동’을 시작한 것은 바로 우리의 미래를 가꾸자는 철학에서 비롯된 일이다. 검찰총장실과 전국 검찰청의 신고전화에 접수된 6천2백여건이 넘는 사연을 즉시 해결했으며 가출청소년 3천8백여명도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냈다. 학교폭력도 증가세가 두드러지게 둔화되고 있다.검찰의 노력이 결실을 볼 수 있었던 것은 10만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우리의 일이라는 각오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의 실직으로 도시락을 준비하지 못한 결식아동들의 점심을 마련하는가 하면 우범지역 순찰과정에서 강절도 행각을 벌이던 청소년을 체포하는 등 헌신적인 봉사활동으로 지역사회의 귀감이 되고 있다.

자원봉사활동의 궁극적 목표가 민간자원봉사자들이 주도하는 지역자율방범체제의 확립이고 이것이 바로 작은 정부 구현에 국민이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는 한 방법이 아닌가 싶다. 더이상 청소년의 달이 없었으면 한다. 매일매일 청소년이 보호되고 그들의 창의성이 보장되며 가정이 화목하여 스스로 가정이 지켜진다면 청소년의 달, 가정의 달을 지정할 필요가 없지 않겠는가.

김우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