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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하男-연상女 사랑이야기,영화-드라마등서 상품화 바람

입력 | 1998-05-25 20:02:00


“연하의 남자가 좋다. 연하의 피부가 좋다.”

회사 초년생인 신은경(25)은 대학생 이주현(22)의 섬세한 매력에 끌린다. 이주현은 연상의 여인 신은경의 얼굴에서 나이보다 젊고 팽팽한 피부를 발견한다. 급속히 다가서는 두 사람.

피어리스화장품의 ‘인스케어’ TV광고. 카피 중 ‘연하의 남자가 좋다’는 부분은 방송위원회 심의과정에서 선정적이란 이유로 삭제됐지만 ‘연하남’과 ‘연상녀’의 결합이란 메시지는 그대로 살아 있다.

이 광고 기획자인 제일기획의 박은경씨는 “타깃층인 20대 여성들조차 ‘연하의 남자’까지 빨아들일 수 있는 젊은 피부를 원한다는 데 착안했다”고 설명.

상영중인 영화 ‘찜’. 방송사 어린이프로 PD인 준혁(안재욱)은 중학교 친구의 누나인 채영(김혜수)에게 첫눈에 반해 일편단심 사랑한다. 하지만 그를 연인으로 ‘상상’조차 하지 않는 화장품회사 향수연구원 채영. 준혁은 급기야 그녀 옆에 하루라도 머물기 위해 ‘여장’을 하고.

이 영화 연출자 한지승감독. “남자라면 한번쯤 동경해본 게 아닌가. 대학시절의 경험을 영화로 만들었다. 어리고 성숙하지 못해 깨지긴 했지만…. 연상의 여성에 대한 사랑이 ‘청소년적’인 호기심에서 끝나지 않고 진실하고 성숙한 사랑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누이같은 여성과의 사랑.’

결혼연령의 ‘남고여저(男高女低)’ 현상이 허물어지기 시작한 지 오래. 이제 이같은 현상을 상품화한 광고 영화 드라마가 ‘양산’되면서 경제적 문화적 파급 효과를 낳고 있다.

KBS 2TV 월화드라마 ‘거짓말’에서 연하의 유부남과 사랑에 빠진 노처녀 성우(배종옥)는 눈물을 머금은 눈으로 이런 대사를 쏟아낸다.

“나 이렇게 욕심내도 되는 거니, 나 너랑 살고 싶어.”

지난 해에는 헤밍웨이가 젊은 날 연상의 간호사와 사랑에 빠졌던 스토리를 영화화한 ‘러브 앤 워’가 개봉됐었다. 폰팅을 해온 남자를 만나봤더니 네살이나 연하라 ‘야야야∼, 쇼킹, 쇼킹’했다는 ‘주주클럽’의 노래 ‘16/20’가 인기를 끌기도 했다.

최근 한 결혼전문업체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20,30대 미혼남녀 중 70%가량(남성 71.3%, 여성 62.0%)은 연상의 여성, 연하의 남성과의 교제 및 결혼에 대해 긍정적이었다. 연하의 남성이 데이트를 신청해오면 ‘나이를 문제삼아 거절하겠다’고 응답한 여성은 28.7%뿐.

미국의 경우 아내의 나이가 많은 부부가 70년 16%→87년 22%→90년대초 25%로 점차 늘어나고 있다(미국 국립보건통계연구원). 일본 후생성의 조사에도 ‘역전혼(逆轉婚)’의 비율이 70년 10.3%에서 95년 17.7%로 크게 증가했다. 이쯤되면 ‘연하의 남자가 좋다’는 경향은 가위 세계적 추세인 셈.

우리 사회에서 이같은 현상이 최근들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이유는 뭘까.박진생신경정신과의원 박원장의 설명. “‘가족계획’이 본격화돼 자녀수가 줄어든 70년대 이후 출생한 남자는 어머니와 긴밀하고 모성애에 대한 집착이 강한 경우가 많다. 동시에 어머니의 사회활동 증가로 ‘엄마사랑에 대한 결핍감’도 가질 수 있다. 이들은 ‘푸근함’을 이성의 중요한 요소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성취동기가 강한 여성은 결혼적령기를 일에 파묻혀 놓쳐버리고 ‘괜찮은 남성’을 찾기 힘들자 어린 남성을 선택하기도 한다.”

소설가 겸 카운슬러 우애령씨. “여성은 남성에 비해 ‘용모’만 빼고 나이 신장 사회적 지위 등 모든 면에서 ‘하위’에 있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무너지고 있을 뿐이다. 여성이 ‘나이가 많은 남자’의 경제적 능력과 사회적 성공에 끌리는 것으로 상품화됐듯이 이제 ‘젊은 남자’의 성적매력을 선호하는 것처럼 미디어나 업체에서 이 현상을 ‘상품화’하는 것은 곤란하다. 결국 사랑하는 남녀가 자연스럽게 함께 지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결혼을 선택할 뿐이다.”

〈박중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