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핵실험을 사전에 파악하지 못해 망신을 당했던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허점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공교롭게도 인도 핵실험 일주일전인 4일 조지 테넷 CIA국장이 비공개 회의에서 “스파이망을 활용하는 정보수집능력이 급격히 퇴보한 반면 첩보위성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크다”며 표명한 우려가 인도 핵실험을 계기로 사실임이 드러나고 있다.
CIA는 냉전종식 이후 예산이 줄고 세계 각국에서 CIA의 간첩활동에 대한 반발이 잇따르자 첩보원이나 정보원을 활용해 수집하는 대인(對人)정보조직을 대폭 감축했다. 이때문에 CIA가 생산하는 쓸만한 정보의 80%가 통신도청에서 나오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
그러나 정찰위성이나 통신위성을 이용한 미국의 간첩행위가 첨단화할수록 각국의 방어력도 향상돼 기술로는 침투할 수 없는 사각지대가 늘고 있다고 CIA관계자들은 우려한다.
게다가 인도는 95년 핵실험 준비단계에서 미 정찰위성에 사진을 찍혀 좌절당한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이번에는 성동격서(聲東擊西) 전법을 구사했다. 최근 가우리 중거리 미사일 발사실험에 성공한 파키스탄에 대응, 미사일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것처럼 미사일 실험기지에 인원과 차량을 집중배치하면서 실제로는 핵실험 준비를 한 것이다. 핵실험 관계자들은 미국의 도청을 막기 위해 전화로는 연락을 주고받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문에 미 첩보위성들은 미사일 실험기지를 집중감시한 반면 핵실험 기지였던 포크란 사막은 사흘에 한번꼴로 사진을 찍었다.
더구나 미국이 그동안 고급정보원으로 활용해오던 인도의 대간첩기구 부서장의 간첩행위가 발각돼 지난해 해임됨으로써 대인정보 인맥도 완전히 끊겼다. 이같은 허점을 보완하기 위해 테넷 CIA국장은 대인정보 예산을 증액하는 한편 과거 비밀작전에 투입됐다 은퇴한 베테랑요원들을 예비역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그러나 이 구상이 실행에 옮겨진다고 해도 CIA 비밀작전국의 위상을 되찾는데는 최소한 7년이 소요될 것이라고 언론들은 전망하고 있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