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중견기업체에 근무하는 김모부장(47·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요즘 참담한 심정이다. 올해 초 미국 유학 중 ‘강제송환’한 아들(고3)이 정신병을 앓고 있기 때문.
“지난해말 아내(45)의 말대로 명예퇴직해 미국으로 가야했는데….” 올 들어 월급이 반으로 깎이자 아내는 “이까짓 돈 받으려고 자식 신세를 망쳤느냐”면서 이혼까지 요구하고 있다.
요즘정신병원에는 경제난으로 조기귀국한 유학생 환자들이 많다. 대부분 한국의 교육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조기유학을 갔다가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여파로 부모에 의해 불려온 중고교생들.
서울 B정신병원과 S종합병원의 경우 올 들어 외래 또는 입원한 청소년환자의 15% 정도가 귀국유학생. 지난해까지는 10% 미만이었다는 게 병원측의 설명. 서울대의대 신경정신과 류인균(柳仁均)교수는 “이들 환자는 과거 적응에 실패했던 한국에 되돌아와 다시 적응하기가 어려워 잠재의식 속에 좌절감과 분노가 쌓여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약물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병원을 찾지 않은 경우도 사정은 마찬가지. 서울시교육청 학교보건원이 최근 서울 19개 고교 귀국유학생 3백5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부분이 공부(40.9%) 학교적응(17.0%) 문화차이(14.2%) 등으로 갈등을 겪고 있었다. 학교보건원 고복자(高福子)전문의는 “이들은 외국에서 얻은 좋은 경험을 살릴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좌절한다”고 말했다.
〈이성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