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정치권은 27일 민주노총이 결국 총파업에 돌입하자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일본 엔화 및 국내 주가 폭락 등으로 경제가 더욱 어려워진 상황에서 민주노총의 파업이 자칫 대외신인도 하락으로 연결돼 ‘제2의 환란(換亂)’을 초래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모습이었다.
○…청와대는 그동안 당정의 인맥을 총동원, 온 힘을 기울여온 민주노총과의 물밑대화가 결국 물거품이 되자 몹시 허탈해 하면서도 파업에 따른 비판적 여론에 기대를 걸고 있는 상태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이와 관련, 최근 측근들에게 민주노총의 파업자제를 촉구한 언론보도에 대해 고마움을 표시했다는 후문이다.
청와대가 또하나 기대를 걸고 있는 대목은 민주노총 내부의 분위기. 민주노총 내부에도 온건론자가 상당수 있어 총파업규모나 강도가 심각한 수준까지 치닫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청와대측의 전망이다.
청와대는 이와 함께 김대통령의 미국 방문 전 민주노총까지 참여하는 제2기 노사정위를 구성하기 위해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경제난 극복과 관련, 사활적인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대미(對美)외교에 힘을 붙이기 위해서다.
그러나 청와대는 민주노총이 끝까지 참여하지 않을 경우 민주노총을 배제한 채 일단 김대통령의 방미 직전인 6월2, 3일경 제2기 노사정위를 출범시킬 계획이다.
○…국민회의와 자민련 등 여권은 민주노총 파업의 추이를 예의주시하며 불안한 관망에 접어들었다.
국민회의는 김원기(金元基)노사정위원장의 이용범특보 등이 26일 새벽까지 민주노총 관계자들과 협상을 벌였으나 끝내 결렬됐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침통한 표정이 역력했다. 그러나 총파업의 규모가 당초 예상보다 크지 않은데다 민주노총측도 대화에 신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가능한 한 빠른 시일내 파업이 마무리되기만을 기대하고 있다.
국민회의는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가뜩이나 허약한 우리 경제의 붕괴사태가 올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파업장기화에 대한 단호한 대책마련을 정부측에 요구했다.
자민련도 파업사태의 조기마무리를 위해 민주노총을 최대한 설득한다는 방침하에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자민련의 한 관계자는 “지금 시점에서의 파업은 곧 모두의 파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민주노총 지도부가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민주노총에 총파업 자제를 촉구했다.
조순(趙淳)총재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근로자들이 이 시기에 파업을 하면 근로자를 포함해 모든 사람들에게 불리한 상황이 올 것”이라며 “총파업은 바람직하지 못한 현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근로자들이 시위를 하더라도 어디까지나 합법적 시위를 해야하며 폭력시위는 결코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장광근(張光根)부대변인도 성명을 발표, “민주노총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점차 벼랑 끝으로 치닫고 있는 경제난국에 비춰 어떤 이유가 됐든 파업은 자제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임채청·윤영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