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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민병욱/6월이 더 두렵다

입력 | 1998-05-27 20:14:00


며칠 안남은 6월을 맞는 것이 두렵다.

5월의 이 마지막 주 일본 엔화가 급락, 우리 수출전선에 비상등이켜졌다.주가또한 한꺼번에 썰물처럼 빠져 종합주가지수 300선이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가 돼버렸다. 여기에 민주노총의 총파업이 시작됐다. 정부가 목매고 있는 외국인 투자가 늘어나기는커녕 빠르게 이탈할 것은 불을보듯뻔하다.경제든사회든온통혼돈상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결국 제2의 환란(換亂)을 맞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팽배해 있다.

이런 위기는 6월로 이어질 게 분명하다. 그러잖아도 갖가지 어려움이 예고돼 있는 6월이다. 금융 기업의 구조조정이 시한을 맞으며 퇴출기업이 확정되고 도산기업도 속출하면서 실직자는 무더기로 쏟아지게 돼있다. 6월4일의 지방선거 직후부터 그런 일이 매일 벌어질 것이란 예측이 나와 있다. 앞으로 몇차례의 총파업과 시위도 날을 받아놓고 있다. 겨우 한고비를 넘긴듯하던 한국경제가 한꺼번에 몰락하는 상황이 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6월의 첫주, 지방선거를 치르는 4일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 ‘국민의 정부’가 출범한 지 꼭 1백일째 되는 날이다. 역대 어느 정권치고 취임 1백일만에 이처럼 어려운 상황을 맞은 적이 없었다. 게다가 지금의 곤경(困境)은 분명히 현정부가 초래한 것도 아니다. 지난 정권의 국가와 경제운용 잘못을 고스란히 이어 받은데다 동남아경제까지 악재로 작용해 덤터기를 쓰고 있다는 표현이 적절하다.

그럼에도 욕은 현정부에 돌아온다. 당장 내 가족 우리 회사에 닥친 이 험한 파도를 왜 싹 쓸어가버리지 못하느냐는 불만이 고조돼 있다. 나부터 앞으로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사회 전반에 깔려 있다. 깡소주로 빈속을 채우며 지하철역 바닥에서 새우잠을 자는 실직자의 신세가 바로 내일이면 내 신세가 될지도 모른다며 두려워한다. 불만과 불안이 뒤엉켜 무력감 좌절감이 스모그처럼 사회를 짓누르고 결국 ‘정부는 뭘하고 있느냐’는 항변만 쏟아지고 있다.

겨우 1백일을 집권한 측에게 이런 상황은 더없이 야속할 것이다. 조금만 참아주면 뭔가 새로운 도약의 기틀을 마련할 것도 같은데 개혁의 고통을 못이겨 안팎으로 불거져 나오는 불만과 요구 때문에 될 일도 안된다는 심정일지 모른다. 파업과 시위 등 사회불안은 대한(對韓)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나라의 자금난을 심화시켜 기업도산 개인파산을 부채질한다. 그러면 기업의 구조조정도 지연돼 대외 신뢰도가 하락하고 또 투자이탈을 불러오며 기업이 망하고 실직자는 예상보다 큰 폭으로 늘어나 다시 파업과 시위를 부르고….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우리 내부에서 끊어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기도 할 것이다.

문제는 이 악순환을 끊는 노력이, 결국 나라가 살고 공동체 구성원 전체가 살아남자는 노력이 정부 혼자의 힘으로는 절대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나라 밖의 도움으로도 안된다. 너 나 없이 국민 모두가 이 위기를 넘기고 다시 일어서겠다는 피어린 각오를 다져야 한다. 이것은 지금 정부나 정권을 도와주자고 하는 얘기가 아니다. 우리 삶의 터전 자체가 망가지는 것을 막기 위해 노동계는 자제하고 기업은 자숙하며 내일을 기약해 보자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에 들어간 나라들은 6∼9개월 째에 가장 큰 고통을 겪었다고 한다. 지금은 분명 고통의 정점(頂點)이다. 여기서 주저앉으면 아무 것도 남지 않는다.

민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