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가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27일 일본증시가 추락하면서 홍콩 태국 인도네시아 증시가 일제히 폭락세를 보인데 이어 뉴욕 런던 프랑크푸르트 파리 뉴욕증시의 주가도 약세를 보였다. 28일 도쿄증시는 반짝 반등했으나 내림세로 돌아설 전망이 높으며 동남아증시는 이날도 하락행진을 계속했다. 이번 아시아 주가하락의 진원은 엔화약세.
엔화약세는 아시아 각국의 수출경쟁력을 떨어뜨리고 경제회복의 발목을 잡는다. 아시아경제의 침체는 일본은행의 채권부실로 이어지고 ‘일본팔기’를 가속화한다. 이 과정에서 아시아경제의 사활이 걸린 일본경기의 회복은 더욱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악재끼리 상승작용을 하는 전형적인 ‘악순환’의 모습이다.
여기에다 △한국의 파업움직임 △도쿄미쓰비시(東京三菱)은행 등 일본은행들에 대한 무디스사의 신용도 하향조정 발표 △홍콩과 태국의 마이너스 성장 전망 △인도네시아 채권회수에 대한 불안한 전망 등 악재가 일제히 겹쳐 나타났다. 일본의 한 경제전문가는 “아시아 각국에서 불안이 커지면서 ‘아시아발 세계증시 동반하락’의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그동안 비교적 아시아발 경제위기의 ‘무풍지대’에 있던 미국 주식시장이 서서히 엔화약세의 영향권 안에 들어오고 있다는 사실. 미국 및 유럽증시가 일제 추락이 그것이다.
미국증시에 대한 충격이 본격적으로 나타날 경우 일본과 아시아시장은 독성이 훨씬 강해진 부메랑을 맞게 된다.
또 엔화약세를 초래하는 중요한 원인인 국제자금의 과도한 미국집중이 미국증시를 한층 불안정하게 한다는 견해도 점차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국제증시불안의 근본원인인 엔화약세는 기본적으로 미국과 일본 및 아시아의 경기차이 때문이므로 일본과 아시아경제의 활성화 말고는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올해 마이너스 성장이 확실시되는 한국과 동남아는 물론 일본마저도 경기회복이 쉽지 않은 실정이어서 아시아 경제위기를 헤쳐나갈 기력은 약해 보인다.
〈도쿄〓권순활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