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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重,산업평화기지 변신 작업 열기…『지금은 참을때』

입력 | 1998-05-28 19:04:00


“지금은 파업을 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정리해고를 막을 수 있다면 파업이 아니라 그보다 더 한 일도 마다 않겠습니다. 그러나 지금 파업을 벌이면 경제만 더 나빠져 실직자만 늘어나는 것 아닙니까.”

현대중공업 노조원인 선체기술관리부 김모씨(42)는 28일 작업장에서 땀방울을 닦아내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민주노총의 총파업지침을 따르지 않고 정상조업키로 한 것은 “정말 현명한 결정”이라고 덧붙였다.

울산 동구 전하동 현대중공업은 이날 유난히 활기가 넘쳐 보였다. 골리앗크레인 6개가 1백t이 넘는 철판을 옮기느라 바삐 움직였고 선박용 철판을 용접하는 불꽃이 여기저기 활활 타올랐다.

노조의 전면파업으로 ‘적막강산’처럼 변한, 직선거리로 불과 2㎞ 떨어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과는 대조적인 분위기.

조합원 2만1천여명으로 현대자동차(3만2천여명)에 이어 단일노조로는 국내 두번째 규모인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 윤재건·41)는 “지금은 파업시점이 아니다”며 민주노총의 총파업지침을 뿌리쳤다.

노조의 한 관계자는 “회사측에 정리해고 계획이 없는데다 오랫동안 계속된 노조의 강경투쟁에 대한 반작용으로 조합원들이 오히려 온건 합리적 사고를 갖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회사측이 그동안 사원복지를 위해 꾸준히 투자를 해온 것도 노조가 온건노선으로 돌아서게 한 요인으로 꼽힌다. 4월말 현재 사원 주택보유율이 94%로 다른 현대 계열사(50∼60%)에 비해 높은편. 회사측은 또 지난해 중고교 및 대학 학자금으로 2백20여억원을 내놔 직원자녀 6만2천여명이 혜택을 받았다.

이 회사는 계속된 조선업계 호황으로 2000년 말까지 선박제조물량을 이미 확보해 놓은 상태다.

민주노총측은 이갑용(李甲用)위원장이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 출신인데도 ‘본거지’가 반기를 든데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이위원장은 90년 파업 당시 공권력 투입에 맞서 1백여m 높이의 골리앗크레인에 올라가 13일간 ‘고공(高空)농성’을 주도한 인물이다.

〈울산〓정재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