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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타임스 한국경제 진단]사회 각주체 개혁 저항

입력 | 1998-05-28 19:18:00


《영국에서 발행되는 파이낸셜 타임스지는 27일자 ‘한국의 마지막 기회’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재벌 노동조합 은행 관료 야당의 저항이 강해 개혁의 추진력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한국 정부가 고통스러운 개혁조치를 추진하는 데 실패하면 세계 경제위기의 진앙(震央)이 될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음은 요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최근 20년중 경제적으로 가장 어려운 시기에 대통령으로 취임하면서 빅뱅의 개혁을 약속했다. 그로부터 3개월 후 여기저기서 불평의 소리가 나온다.

김대통령은 현상유지를 원하는 기득권 세력의 밀집 저항에 직면하고 있고 사태는 점점 악화되고 있다. 지난 주에 발표된 각종 경제지표는 당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나쁘다.

경제관료들은 국제통화기금(IMF)의 압력에 의해 많은 거시경제부문의 개혁이 이루어져 효과가 곧 나타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러한 개혁이 지속적으로 실행될 것이냐에 대한 의구심이 남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국가 내부에 있다. 재벌기업 근로자 은행 관료 야당 등 다섯개 그룹으로부터 나오는 변화에 대한 저항이 그것이다.

▼ 재벌 ▼

김우중(金宇中)대우회장은 “기업 구조조정 요구는 서구 다국적기업이 시장 점유율을 높이려는 음모에서 나왔다. 재벌 폐지를 요구하는 IMF의 배후에 선진국들이 있다”고 말했다.

6대 재벌그룹은 3백억달러에 이르는 자산을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매각하는 구조조정계획을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매각 자산이 과대평가된 비현실적인 계획”이라고 평가했다.

▼ 노동조합 ▼

노동조합은 감원에 저항하고 있고 재벌들은 이러한 노조의 저항이 구조조정의 장애물이라고 주장한다. 이런 가운데 현대자동차가 4만6천명 전체 근로자의 20%를 감원하는 계획을 발표했고 과격한 민주노총이 총파업을 선언했다.

▼ 은행 ▼

은행들은 거액대출을 해준 대기업이 도산하도록 내버려두는 대신에 서둘러 긴급 융자를 제공한다. 이헌재(李憲宰)금융감독위원장은 “이같은 관행으로 중소기업의 자금난이 악화되고 은행의 자산구조가 부실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 관료 ▼

김대통령의 당인 국민회의는 개혁을 지지하지만 경제부처의 책임자 대부분이 그들의 영역을 지키는 데 민감한 관료들로 채워져 있다.

▼ 야당 ▼

의회에서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한나라당은 재벌을 규제하는 데 소극적이다. 김대통령은 6월 4일 열리는 지방선거 이후로 일련의 새로운 개혁조치를 연기하는 것 같다.

〈황호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