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라앉은 우리의 기(氣)를 한껏 되살려주는 소설, 출간 두 달만에 40만부를 훌쩍 넘어버린 소설, ‘하늘이여 땅이여’(해냄).
웅장한 스케일, 긴장, 스릴, 서스펜스에 한민족의 혼을 담아낸, 근래에 보기 드물게 시원하고 남성적인 이 소설의 작가 김진명씨(41).
세상을 보는 그의 눈은 자신의 소설만큼이나 넓고 호탕하다.
김진명은 왜 이런 소설을 쓰는 것일까. 쓰는 것마다 엄청난 베스트셀러를 만들어내는 비결은 무엇일까.
그는 작가 개인의 내면적 상상력에 의존하지 않는다. 그걸 뛰어넘어 장대한 파노라마를 연출하려 한다. “모두의 공감대가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우리 민족의 운명과 같은 거죠. 한국을 침탈하기 위해 흉측한 음모를 꾸미는 주변 강대국들, 그들의 속셈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이것이 제 소설의 출발점입니다.”
핵 주권을 다룬 ‘무궁화꽃이…’, 경제 주권을 다룬 ‘하늘이여…’. 그는 이같은 문제점을 어떻게 포착할 수 있었나. 무슨 예언자적 능력이라도 있는 것인가.
찬찬히 세상을 둘러보면 그것이 보인다고 말한다. “사실 IMF 위기도 예측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미국이 생산력으로 아시아를 장악하기 어려워지자 자본을 통한 금융 침략으로 그 전술을 바꾼 것이 벌써 오래 전이니까요.”
그래도 궁금증이 남는다. 어떻게 세상을 둘러보기에. “깊이 있는 정보는 누가 던져주는 게 아닙니다. 쏟아져 나오는 정보의 행간을 읽고 우리 일상을 의심하거나 뒤집어봐야 합니다. 특히 거물들의 회고록을 눈여겨 봅니다. 거기엔 기막힌 사실들이 숨어있으니까요.”
지난번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기도 했던 그는 남다른 길을 걸어왔다.
법대에 진학하자마자 고시공부 분위기에 회의를 품고 곧장 서울 남산도서관으로 달려가 하루종일 책만 읽었던 대학 4년. 이후 아버지의 파산, 민주화 투쟁을 하다 숨져간 형. 그리고 스스로 무역업에 뛰어들었다 외국 기술과 자본 앞에서 느껴야 했던 무력감과 좌절….
최근엔 물리학 책을 주로 읽는다는 김진명. 그는 이제 10·26, 김형욱의 죽음 등 역사 속의 미스터리를 다루려 한다. 한국과 세계를 흔들어대는 숨은 힘을 파헤치기 위해서.
〈이광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