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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박현/도심 화물차 통행제한 완화를

입력 | 1998-05-29 07:52:00


현재 서울과 대도시 지역 도심권에 대해 ‘화물차량 통행제한’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높은 물류비용과 현재의 급박한 경제상황에 비춰볼 때, 이것이 과연 적절한 정책인가.

우리나라 물류 비용은 국내 총생산의 17.5%인 61조원(1995년 기준)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통행제한 정책으로 인해 화물차량은 제한구역을 우회함으로써 통행거리가 늘어나고 운행시간대를 야간 또는 새벽으로 변경함으로써 추가적인 인건비가 발생하며 화물파손 및 분실률이 높아져 물류비용이 증가하고 있다. 경제 효율을 높여 현재의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화물차량의 통행을 제한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화물차량의 통행권을 우선적으로 확보해줘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통행제한의 더 큰 문제점은 정책 의도와는 정반대의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점이다. 도로교통법 제6조에 근거한 통행제한정책의 주목적은 차량소통을 원활히 하고 교통안전을 제고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대형화물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통행규제를 덜 받는 소형화물차의 이용을 늘려 교통체증을 심화시킨다. 필자가 추산한 결과 1t 화물차량 5대가 유발하는 혼잡비용은 5t차량 1대의 약3배에 달하여 통행제한 정책이 오히려 원활한 교통소통을 저해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더구나 서울의 경우 오전7시부터 10시까지 모든 화물차량이 통행제한을 받음으로써 낮시간대에 화물집산지 주변에 자가용승용차와 화물차량이 뒤엉켜 교통혼잡을 가중시키는 한 원인이 되고 있다.

교통안전 측면에서도 통행제한정책은 부작용을 가져온다. 새벽에 도심권에 들어온 화물차량은 단속이 시작되기 전에 제한구역을 벗어나기 위해 무리한 운전을 하게 되어 오히려 사고위험을 높인다. 또한 단속시간대에 화물운송이 불가피한 차량은 상대적으로 단속이 느슨한 이면도로로 우회함으로써 주거지역의 보행환경을 악화시키고 사고위험을 높인다.

결국 화물차량 제한정책은 도시교통 원활화나 교통안전 등 소기의 목적은 달성하지 못한 채 물류비만을 높여 시민들의 생계비를 올릴 뿐이다. 화물차량 통행제한 완화조치가 조속히 취해져야 한다.

박현(서울시정개발硏 부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