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견인차’ 한국 종합상사가 흔들리고 있다. 자금난과 주력 수출품목의 부진 탓이다.
자원개발이나 기업 인수합병 등 선진국형 상사업무를 시도하는 것은 고사하고 수출실적 올리기마저 여의치 않아 자칫 ‘물품 중개업체’로 전락할 처지에 놓였다.
4월까지 삼성물산 현대종합상사 등 7대 종합상사들이 올린 수출실적은 2백23억달러. 전년 같은 기간보다 16% 늘었다. 그러나 종합상사 수출목표 합계인 7백91억달러의 28%에 머물렀고 그나마 수출액 중 금수출(32억달러)을 빼면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
96년까지 부동의 수출 1위였던 현대는 3,4월 두달 연속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마이너스 실적을 보였다.
㈜쌍용과 효성물산은 1∼4월 동안 지난해보다 30% 이상 급감한 3억달러 미만의 수출실적을 올려 종합상사 ‘체면’마저 구겼다.
수출부진은 우리나라 주력 수출품인 전기전자 자동차 등이 가동률 저하와 자금난 등으로 침체에 빠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상사 자체의 자금난과 무역금융 마비로 수출이 눈에 띄게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우려한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해외 신규바이어는 물론 국내 중소업체에 신용을 주지 못해 종합상사들이 단순 ‘물품중개업체’로 전락할 위기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상사의 해외지사나 법인들은 외국금융기관에서 꾼 돈을 갚느라 해외영업은 갈수록 뒷전이다. 무협 조사결과 수출액의 절반을 차지했던 해외거점과의 거래비중이 무역금융 경색으로 최근 30%대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외환위기가 재연되는 동남아 제품들과 선진국에서 겨뤄야 하는 힘겨운 상황도 예상된다.
이에 따라 저수익사업부와 인원을 줄이는 대규모 구조조정과 새로운 마케팅기법을 동원, 중소업체를 지원하는 다양한 자구책이 시급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박래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