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전격적인 보복핵실험을 실시한 파키스탄에 대해 국제사회가 잇따라 경제제재 의사를 밝혀 가뜩이나 피폐한 파키스탄경제에 비상등이 켜졌다.
90년대 들어 전쟁도발과 핵개발 의혹에 따른 극심한 경제제재로 경제가 거덜날 지경에 이른 이라크와 마찬가지로 파키스탄도 ‘제2의 이라크’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미국정부가 28일 밝힌 첫 제재방안은 올해 후반기에 나갈 국제통화기금(IMF)의 자금지원 중단과 무역에서의 최혜국(MFN)대우 중단.
16억달러 규모의 IMF자금 지원중단은 외국인 채권자의 대출회수와 외국자본 유출에 이은 루피화 평가절하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이는 지난해 이후 동남아 금융위기의 전형.
최혜국대우가 중단될 경우 수출품에 평균 40%의 관세가 부과돼 연간 15억달러에 이르는 대미수출은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된다.
일본 외무성도 29일 세계은행(IBRD)을 통한 대(對)파키스탄 융자 5억∼7억달러를 중단하고 핵개발에 전용가능한 일본제품의 파키스탄 수출을 저지하기 위해 세관검사를 강화하는 등의 제재조치를 발표했다.
파키스탄에 대한 서방진영의 이같은 제재수위는 인도에 대한 조치와 비슷한 수준. 그러나 인도에 비해 서방의존도가 높고 경제가 훨씬 취약한 파키스탄은 이같은 조치만으로도 경제기반이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
인구는 1억2천만명이나 되는 대국이지만 파키스탄 경제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
1인당 국민소득 2천달러, 대외부채는 5백억달러인 반면 외환보유고는 15억달러 안팎이다. 특히 연간 대외원조 의존액이 55억달러로 예산의 절반이 넘어 경제제재를 견딜 ‘내성(耐性)’은 없다시피 하다.
사르타즈 아지즈 파키스탄 재무장관은 26일 “우리는 이슬람세계의 지원을 기대한다”며 “제재조치에 대비해 수입과 소비를 대폭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김승련기자·도쿄〓권순활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