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기가 한국전쟁 이후 최악의 불황기를 맞으면서 해외에서 일자리를 찾으려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외국 기업의 인력유치 움직임도 가시화하고 있다.
최근의 해외취업붐은 주로 △컴퓨터프로그래머 △반도체 및 정보통신 엔지니어 △약사 등 대졸 전문직종에서 일고 있다. 일자리를 제공하는 나라는 호황을 지속하고 있는 미국과 캐나다 등이다. 그러나 ‘영어 실력’이 큰 벽이 되고 있다.
▼어떤 분야가 있나〓해외취업 관련 기관들이 꼽는 가장 유망한 분야는 전산분야.
2000년대를 앞두고 컴퓨터가 연도를 1900 단위로 인식하는 Y2k버그(밀레니엄버그)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인력이 미국만 34만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북미지역 기업들은 이미 중국 인도 파키스탄 말레이시아 대만 등에서 수만명을 채용했으며 최근에는 한국의 전산인력에도 눈길을 돌리고 있다.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최고수준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반도체 관련 인력도 해외에서 눈독을 들이는 대상.
최근 1년간 5백여명이 미국 실리콘밸리와 대만 쪽에 취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해외건설협회는 4월말부터 지금까지 3천여명의 건설근로자로부터 해외취업신청서를 받았으며 해양수산부도 해외 선원 취업희망자를 1∼4월까지 7천8백여명을 접수받았다.
▼취업은 잘 되나〓취업이민 알선업체 관계자들이 해외취업의 가장 큰 장애요인으로 꼽는 것은 영어구사 능력.
전문직 취업이민 알선업체인 ㈜하나이주공사의 이운영(李雲泳)이사는 “영어를 못하면 취업이 어렵고 취업이 되더라도 연봉이 적은 단순반복적인 업무를 맡게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 북미 기업들이 한국인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는 점도 장애요인. 이이사는 “캐나다 등의 기업에 ‘한국인을 채용하라’고 권하면 ‘근로자들은 매일 한번씩 목욕을 해야 한다’고 말할 정도로 한국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난립하는 알선기관〓현재 전산 등 전문직 취업 및 취업이민을 알선하는 곳은 이민알선업체와 헤드헌팅업체 등 30여개.
그러나 노동부와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현행법상 이민알선업체는 이민과 결합되지 않은 해외취업만 대행할 수는 없도록 돼 있으며 국내 헤드헌터업체들의 해외취업 알선 역시 불법이다.
이들 업체는 미국취업과 관련, 업체별로 3천∼1만5천달러의 수수료를 받고 있는데 △채용회사의 신용도 △영주권취득 지원여부 △의료보험혜택의 범위 등 조건이 제각각이어서 소비자의 선택이 쉽지 않다.
노동부는 해외취업알선업을 양성화시키되 수수료 기준 등을 명확히 해 소비자들의 피해를 줄이는 방향으로 개정한 직업안정법 등 관련 법규정을 6월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인터뷰]
▼ 美 컴퓨웨어社 댄 휴그스 채용담담부장 ▼
“미국에서 일하려면 다른 동료와 1대1로 의사소통이 잘 이뤄져야 하며 따라서 영어구사능력은 기본 소양인 동시에 매우 중요한 자질입니다.”
29, 30일 이틀간 한국인 전산인력을 채용하기 위해 방한한 미국의 소프트웨어업체인 컴퓨웨어의 댄 휴그스 국제채용담당부장(사진)은 이렇게 말했다. 전문직 취업이민 알선업체인 ㈜하나이주공사가 개최한 취업이민설명회를 통해 54명을 직접 인터뷰하고 17명의 채용을 결정한 그에게 미국취업 조건들을 물어보았다.
―급여는 얼마나 받나.
“개별 협상이라 일괄적으로 말할 수 없다. 연간 6만∼8만달러정도가 될 것이다.”
―대졸자가 아니어도 지원할 수 있나.
“대학 1년은 직장경력 3년과 같다고 본다. 대학을 3년만 다녔다면 3년의 관련 직장경력이 더 있어야 한다.”
―한국인 근로자가 그린카드(미국 영주권) 취득을 원한다면 회사측이 지원해줄 수 있나.
“물론이다. 우리는 우리와 함께 장기간 일할 사람을 찾는다. 영주권에 관심이 없는 단기 근로자는 원하지 않는다.”
〈이용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