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건반 수를 모두 합치면? 88개. 음악교과서엔 틀림없이 그렇게 실려 있다.
그러나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 라벨의 ‘거울’ 등 피아노곡에는 88건의 한계를 뛰어넘는 초저(超低) 초고음(超高音)이 종종 눈에 띈다. 최고 97개의 건반을 가진 뵈젠도르퍼사(社)의 피아노를 위해 작품을 썼기 때문. 다른 피아노를 쓸 때 이 음들은 관례적으로 한 옥타브를 내리거나 올려 연주된다.
피아노 음악의 거장 파울 바두라스코다가 평생을 함께한 ‘음악적 반려자’ 뵈젠도르퍼 피아노를 알리기 위한 내한 연주회를 갖는다.
오늘날 콘서트홀에서 연주되는 풀 사이즈 그랜드 피아노의 대부분은 미국 독일 등에 본부를 둔 스타인웨이사 제품. 양산체제를 갖춘 피아노 회사들도 대부분 스타인웨이의 음색깔에 자신의 개성을 맞춘 결과 전세계의 피아노음색은 ‘스타인웨이색(色)’으로 통일되다시피 했다. 여기에 예술적으로 쌍벽을 이루는 피아노가 빈의 뵈젠도르퍼다.
1828년 창립돼 미국 스타인웨이보다 스물다섯살이 많은 이 회사는 힘있고 화려한 ‘성격배우’ 스타인웨이에 비해 영롱하고 단아한 음색으로 독자적인 영역을 지켜왔다. 빌헬름 박하우스, 안드라스 쉬프 등 많은 연주가들이 뵈젠도르퍼의 애호가를 자처하며 이 피아노로 연주한 음반을 내놓고 있다. 특히 이 피아노는 성악과 잘 어울리는 음색을 지녀 가곡 반주에 애용자가 많다.콘서트는 4일 오후7시반 서울 서초동 뵈젠도르퍼홀, 5일 같은 시간 여의도 국민일보 사옥내 영산아트홀에서 열린다.
4일은 ‘모차르트의 밤’으로 소나타 A장조 K.331, ‘아, 어머니께 말씀드리죠’변주곡 등이 연주된다. 뵈젠도르퍼홀은 이 피아노 홍보를 위해 최근 문을 연 1백50석 규모의 소연주장. 5일 연주회는 ‘슈베르트의 밤’으로 ‘4개의 즉흥곡’ 작품90, 소나타 B장조 D960 등이 연주된다.
바두라스코다는 뵈젠도르퍼보다 1백1세가 적은 71세의 피아니스트. 프리드리히 굴다, 외르크 데무스와 함께 ‘오스트리아 빈3총사’로 불리며 세계 음악수도의 피아노 전통을 지켜왔다.
‘연주의 힘은 사람에 대한 사랑에서 나온다’고 믿는 음악적 휴머니스트로 음악학자인 부인 에바와 모차르트 건반음악에 관한 연구서를 내기도 했다. 그는 94년 빈 음악원을 정년퇴임한 뒤 더욱 활발한 연주활동을 펼치고 있다. 02―3477―4001(뵈젠도르퍼 코리아)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