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의 운명을 좌우할 부실여부 평가를 둘러싸고 ‘글로벌 스탠더드’와 국내에서 통용돼온 기준이 격돌하고 있다.
쿠퍼스 앤드 라이브런드 등 6개 미국 회계법인은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이 8%에 미달하는 12개 은행이 제출한 경영개선계획을 분석중이다.
이들이 잣대로 삼고 있는 자산건전성 등에 관한 세계은행(IB
RD) 기준(별표 참조)을 적용하면 국내은행들의 자기자본비율은 최소한 2∼3%포인트씩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은행감독원과 국내 회계법인들은 기준이 너무 까다롭다고 지적한다. 평가대상 은행들은 더욱 강하게 반발한다.
그러나 IBRD는 50억달러의 차관제공 여부를 이 기준의 적용과 연계시키고 있다.
한편 미국측 제휴회계법인과 함께 12개 은행에 대한 경영평가 및 진단작업을 하고 있는 삼일 등 국내 6개 회계법인은 두가지 잣대를 쓰고 있다. 이들 국내회계법인은 경영평가에서는 은감원 기준을 적용하지만 이와 별도로 진행되는 경영진단에서는 IBRD 기준을 적용, 실사작업을 하고 있는 것.
IBRD 기준에 의한 경영진단은 12개 은행 외의 나머지 은행들도 6월말까지 모두 받도록 돼 있다.
은감원 관계자는 “IBRD 차관 50억달러를 받아 진행되는 구조조정작업은 은행들에 대한 경영진단 결과를 기초자료로 삼아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국내 기준이 적용되는 경영평가 결과보다 IBRD 기준에 의한 경영진단 결과가 더 중요한 가치를 지닐 수밖에 없다는 얘기.
IBRD 기준에 따르면 기업 및 개인 대출을 막론하고 하루라도 연체되면 요주의 여신으로 분류된다. 또 유가증권 평가손의 경우 그동안 주식평가손만 100% 반영됐으나 IBRD는 채권평가손도 100% 반영하도록 했다.
〈송평인기자〉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