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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우편물 훔치는 우체국

입력 | 1998-05-31 20:40:00


우체국에서 우편물 분류작업을 하는 일부 공익요원들이 상품권 CD 카세트테이프 같은 물건을 훔친다는 보도다. 충격적이다. 더욱이 분류작업장에는 감시카메라가 설치돼 있지만 적발돼도 일손부족 탓에 쉬쉬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어이가 없다. 시민들은 간혹 우편물이 중간에 없어져도 우체국의 착오인 줄로만 생각했지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러고도 우체국이 국가의 기간 서비스기관이라고 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우편물 배달의 생명은 신속성과 정확성이다. 상품권 등 금품이 없어지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각종 고지서나 계약관련문서 청첩장 행사초청장 등이 지각도착하는 바람에 낭패를 당하거나 손해를 입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우편당국은 국내 보통우편의 정상배달률이 95%에 이른다고 한다. 그러나 시민들의 체감으로는 그보다 훨씬 밑돈다. 당국의 주장을 그대로 믿는다 해도 나머지 5%의 중요성을 가볍게 넘길 수는 없다.

정상배달률 99%를 자랑하는 일본 우정성은 1%의 사고를 줄이기 위해 ‘완벽배달’을 꾸준히 추구하고 있다. 또 투철한 기업마인드와 서비스정신으로 무장돼 있는 미국 우편공사(USPS)의 예에 비춰 보더라도 우리의 우편행정은 부끄럽기 짝이 없다. 미국 교민들이 국내로 우편물을 부칠 때 USPS 직원들은 등기우편을 권장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우편물 분실률이 높다는 사실을 미국 우편창구 직원들도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국제 신용도가 말이 아니다.

선진국에서는 신용카드와 각종 영수증 중요계약서 등도 마음 놓고 우편으로 보낼만큼 신용도가 높다. 이같이 우편이 고도의 신용사회를 유지하는 핵심기반의 하나라고 볼 때 우편물 절도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고객의 귀중한 우편물을 훔치는 것은 명백한 형사범죄에 해당한다. 이런 범죄를 알고도 방치해온 상급자와 우편당국은 공범이나 다름없다. 국가기관이 절도범을 키우는 셈이고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다.

우편물 분류작업을 공익요원들에게 맡기는 것은 다시 생각해 볼 문제다.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군복무 대신 짧은 기간 봉사하는 공익요원에게 높은 책임감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우편물을 훔친 요원들을 반드시 찾아내 처벌토록 해야 책임풍토가 조성될 수 있다. 범죄를 방치한 상급자들도 엄중문책하는 것이 당연하다. 장기대책으로는 우편사업에 기업경영방식을 과감히 도입해 서비스를 철저히 개선할 필요가 있다. 우편사업을 민영화하는 방안도 검토해봄직하다. 지금의 서비스 수준으로는 우편이 신용사회에 적응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