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소도시 중3학년 학생의 경우 1년에 진단평가 1회, 정기고사 4회, 도학력평가 4회, 군학력고사 2회, 모의고사 4회를 치러야 한다. 이것만 해도 아이들은 한달에 한번 이상 시험에 매달려 산다. 여기에 수시로 행해지는 쪽지시험 형성평가 단원평가등….
시험을 자주 보는 것은 나름대로의 장점도 있지만 무시하기에는 지나친 폐해를 가져온다. 우선 정상적인 교육을 해칠 우려가 있다. 학교가 시험 준비를 위한 기관이 되며 시험은 아이들의 정신을 피폐시킨다. 모의고사류의 시험은 학생들을 일렬로 세운다. 이로 인한 상대적 소외감이나 박탈감을 무엇으로 보상하겠는가.
모의고사 성적을 통해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고 절망하는 아이들이 희망을 갖는 아이들보다 더 많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탁상공론은 때에 따라서 현실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힘이 된다. 현실은 지나치게 실리적이기 때문이다. 초등학교에서 시험이 많이 준 덕에 그나마 아이들의 숨통이 트이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지 않았는가.
닭을 많이 치는 동네를 처음 지날 때는 냄새 때문에 숨쉬기도 어렵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냄새를 못 느낀다.
그처럼 우리는 너무나 오랫동안 경쟁위주 서열위주 대학입시위주의 교육에 묻혀 살다보니 비인간화의 문제를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가경신(충남홍성여중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