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누가 나에게 “이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과목이 무엇이니?”라고 묻는다면 나는 ‘피아노’라고 대답할 것이다.
지하 1층부터 걸어서 3층 학원까지 책이 일곱권이나 든 가방을 가져가야 되니….
다섯권일 때는 그나마 낑낑거리며 질질 끌고 갔는데 갑자기 일곱권이 되니 한 계단 올라가서 쉬고 또 한 계단 올라가서 쉬어야 한다. 그러니 내 키가 자랄 틈이 없지.
책 중 여섯권은 음악이고 한권은 이론이다. 내 가방에는 ‘새로운 체르니 30번’ ‘하농’ ‘슈베르트’ ‘소나티네’ ‘반주곡’ ‘소곡집’과 이론공부책 필통이 들어있다.
나는 여섯살 때부터, 그러니까 4년 동안 피아노를 쳤다. 엄마는 내가 ‘체르니 40번’을 치게 되면 피아노 학원을 끊어주신다고 한다. 나는 ‘체르니 30번’인데 언제 40번을 치게 되나….
이유진(서울 중화초등학교 3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