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눕혀 재워도 아침에 보면 꼭 방 한 구석에 웅크려 자는 아이가 있죠. 주부들은 ‘잠버릇 나쁘다’고 걱정하지만 수맥을 피하려는 본능적 행동이라고 볼 수 있어요. 대여섯살 전까지 아이들은 스스로 수맥을 감지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아기 침대를 사용하는 데 반대예요”
주부에서 수맥전문가로 변신한 김혜숙씨(44·한국수맥학회 회장).
온갖 수맥차단 상품이 봇물을 이루며 수맥짚기바람이 부는 요즘 그는 호기심 또는 거부감을 나타내는 사람들에게 생활 속의 이야기로 다가선다.
먼저 집안 수맥찾기. 강아지는 수맥을 싫어하고 고양이는 찾아 다닌다. 아무리 멋진 집을 꾸며도 강아지가 절대 들어가지 않을 때. 바로 그 밑에 수맥이 흐른다는 얘기. 대신 고양이가 좋아하는 자리는 피하는 게 상책이라는 것. 야외에서 명심할 요령. 개미집이나 벌집이 있는 곳에 텐트를 치지 않는다. 둘 다 수맥을 좋아하기 때문.
“수맥연구는 땅 속의 수맥이 자연과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살피는 것입니다. 수맥은 24시간 순환하면서 물공급을 받기 위해 지표를 깨뜨리는 강한 물리적 힘을 갖고 있거든요.”
풍수지리의 한 분야나 미신이 아니라 ‘과학에 근접한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 따라서 신비화하는 것을 거부한다.
“수맥탐사는 초능력이 아니라 누구나 배우면 할 수 있어요. 여성은 감수성이 예민해 금세 익힐 수 있습니다. 나쁜 파장을 탐지해 건강을 지키자는 건강운동 차원에서 받아들이면 좋겠어요.”
10여년 전 아버지가 암에 걸려 돌아가신 것이 변신의 계기. 현대 의학의 한계를 절감, 민간 의학에 눈을 돌려 한국과 미국에서 침술을 공부했다.
“그뒤 수맥에 매달려 92년 학회를 만들었습니다. 앞으로 대학에 수맥 관련학과를 만드는 등 독립 학문으로 인정받게 하는 것이 꿈이죠.”
평일엔 초청강연. 주말은 학회(02―562―9887)에서 ‘수맥과 기의학’을 강의. 최근 수맥탐사봉을 제작보급하고 관련제품을 생산하는 공장도 세워 ‘벤처기업가’로 떠오르고 있다.
〈고미석기자〉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