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6·4’지방선거가 끝나지 않은 시점에서 벌써부터 선거 이후의 정계개편에 대한 공방전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국민회의와 자민련 등 여권은 지방선거 직후 한나라당 의원들의 무더기 탈당 및 여권합류를 기정사실화 하면서 정계개편을 위한 사전분위기 조성에 나섰다.
반면 한나라당은 이를 ‘야당파괴공작’으로 규정, 여권이 정계개편을 추진할 경우 정권퇴진운동도 불사하겠다는 강경입장을 표명해 여야간 대치양상이 선거전과 맞물려 가파르게 치닫고 있다.
여권은 국민회의 조세형(趙世衡)총재권한대행이 1일 한나라당의원들의 ‘두자릿수 탈당’을 공언한데 이어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서리도 2일 정계개편의 필요성을 역설, 관심을 모았다.
김총리서리는 이날 출입기자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양당제는 서로 심하게 싸우기 때문에 곤란하다”면서 “지방선거 후에는 정계가 정돈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총리서리는 “앞으로 대통령제 하에서든 내각제 하에서든 4,5당 체제로 정계개편이 진행됐으면 좋겠다”면서 “그러나 대통령 방미중 정계개편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총리서리의 이같은 발언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의 회동직후에 나온 것이어서 두 사람이 지방선거 후 정계개편의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의견을 조율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또 국민회의 정균환(鄭均桓)사무총장은 기자간담회에서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힘만으로는 총리서리체제의 해결 등 향후정국에 대해 능동적으로 대처하기가 어렵다”면서 “공동정권의 지분을 조정하는 한이 있더라도 정계개편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강력하게 반발했다. 서청원(徐淸源)사무총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부 여당은 선거가 한창 진행중인데도 야당을 경쟁의 파트너로 생각하기는 커녕 지방선거가 끝나면 한나라당을 파괴하겠다고 공공연히 협박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서총장은 “여권이 강제로 정계개편을 시도한다면 우리당은 즉각 정권퇴진운동을 비롯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선거 후 당을 경제회생을 위한 비상체제로 전환시켜 경제위기극복에 모든 당력을 기울이며 정부 여당과도 ‘경제회생을 위한 공동협의기구’를 구성해 조속히 경제회생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최영묵기자〉m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