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지느러미를 수면 위로 드러내고 유유히 먹이감을 찾아다니는 상어. 생각만해도 등골이 오싹해지는 바다의 난폭자다. 칼처럼 날카로운 이빨, 시속 30㎞가 넘는 민첩성에다 핵잠수함에까지 덤벼드는 공격성은 실로 위협적이다.
서해안에는 올해 이상고온 현상으로 4월말부터 수온이 상어 출몰 온도(섭씨16.5∼22도)까지 올라가면서 일찌감치 ‘상어의 계절’이 왔다.
지난달 26일 전북 군산시 옥도면 어청도 인근에서는 길이 4.4m, 무게 1t 가량의 백상아리(백상어)가 포획돼 어민들을 두렵게 했다. 나흘 뒤에는 인천 덕적도 앞바다에서 길이 5.2m, 무게 3t 가량의 대형상어가 어선의 그물에 걸리기도 했다.
상어가 인간에게 공포심을 불러일으키는 가장 큰 이유는 날카로운 이빨 때문이다. 상어의 이빨은 짧은 삼각형의 칼모양인데 사람처럼 한 줄만 이가 난 것이 아니라 5∼20개의 치열(齒列)이 줄지어 있는 것이 특징.
상어는 또 앞니가 빠져도 뒤에 대기하고 있던 예비이빨이 앞으로 나오는 특성을 갖고 있다.
게다가 상어는 피부 전체에 피부치(皮膚齒)라는 이가 나있어 몸통 자체가 공격무기가 된다. 이런 까닭에 고대에는 상어가죽이 사포로 쓰이기도 했다.
상어는 ‘바다의 사냥개’로 불릴만큼 놀라운 청각과 후각을 갖고 있다. 물고기가 몸부림치는 소리는 1㎞ 거리에서도 감지하며 사람의 핏방울을 1백만분의 1로 희석시켜도 수백m 밖에서 냄새를 맡고 따라온다. 하지만 상어라고 해서 무조건 겁먹을 필요는 없다. 전체 4백여종의 상어 중 사람을 공격하는 상어는 30종 안팎에 불과하다. 그 중 특히 포악한 식인상어는 영화 ‘조스’로 악명높은 백상어와 흉상어, 뱀상어 등 10여종 정도. 고래상어는 길이가 18m로 가장 큰 덩치를 갖고 있으나 사람은 공격하지 않는다.
생물학적으로 볼 때 상어는 현존하는 물고기 중 매우 독특한 존재다.
상어의 조상이 지구상에 나타난 것은 고생대인 4억여년 전으로 살아 있는 화석이나 다름없다. 공룡보다 두 배나 더 일찍 나타난 동물인 것이다.
그런 탓인지 상어는 다른 물고기와 달리 아가미덮개 비늘 부레 등의 기관이 없다. 보통 물고기는 부레로 부력을 조절해 물 속에 떠 있으나 상어는 발달된 지느러미와 근육으로 끊임없이 움직여야 한다.
상어는 체중의 25%를 차지하는 간에 축적된 양분을 이용, 몇 주일을 굶어도 살아남는 강인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 고작 2백만년 전에 등장한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후예인 인간은 아직 상어에게서 배울 것이 많은지도 모른다.
〈김홍중기자〉kima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