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문화 마인드’가 의심스럽다. 전국의 국립박물관과 국립민속박물관을 민간에 이양하겠다는 기획예산위원회의 방침이 그 단적인 예다. ‘지방 국립박물관 지방자치단체 이양’ 계획으로 현실을 무시한 ‘문화재 파괴정책’이라는 비난을 받았던 것이 불과 3개월 전인데.
정부의 생각대로 국립박물관을 민간에 넘긴다면 과연 운영이 잘 될까. 문화재 보존관리는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까. 국립경주박물관의 경우 지난해 예산 48억원 중 입장수입은 2억원. 다른 지방박물관은 말할 것도 없다. 그 적자를 감수하고 박물관 운영에 뛰어들 민간기업이나 단체가 어디 있겠는가. 더욱이 지금은 경제 위기 상황이 아닌가. 설령 맡는다 해도 수익 사업에만 매달리고 문화재 보존연구는 뒷전으로 밀어낼 것이 뻔한 일이다.
장사가 되는 전시를 하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박물관은 전시만 하는 공간이 아니다. 박물관 기능의 핵심은 유물 보존과 연구다. 기획예산위는 “대학박물관에 맡기면 될 것 아니냐”고 말한다. 하지만 현실을 전혀 모르는 소리다. 거의 모든 대학박물관은 전문인력은 물론이고 보존처리 시설조차 없다. 그래서 숱한 유물이 썩어나가는 판이다.
영국 대영박물관, 프랑스 루브르박물관, 일본 도쿄(東京)박물관 등 세계 유수 박물관은 대부분 국립. 미국 스미소니언박물관은 민간이 운영하고 있지만 예산의 85%가 국가에서 나온다. 운영위원회의 위원장도 부통령이 맡고 있다. 실질적으로는 국립인 셈이다.
한번 훼손되면 영영 돌이킬 수 없는 문화재. ‘문화재 다루기’는 ‘경제 논리’에 앞서야 한다.
이광표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