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은 정계개편과 관련해 ‘6·4’지방선거이후 1단계로 한나라당의원 10∼20명을 영입해 과반수의석을 확보한 뒤 2단계로 한나라당 TK(대구 경북)세력과의 지역연합을 성사시킨다는 구상인 것으로3일 알려졌다.
여권은 그동안 정계개편방안으로 △TK를 대상으로 하는 지역연합 △한나라당 민주계를 대상으로 한 세력연합(신민주대연합) 등 두가지를 검토해왔으나 실현가능성과 실효성면에서 지역연합이 적절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의 1단계구상은 지방선거에서 압승한 뒤 그 여세를 몰아 한나라당의원 10∼20명을 영입, 15대국회 후반기 원구성을 전후해 확실한 여대야소구도를 정착시킨다는 것.
이어 한나라당이 조기전당대회 소집문제 등으로 갈등을 빚고 이과정에서 TK세력이 이탈해 신당을 창당한다는 것을 전제로 4당구도하에서 국민회의―자민련―TK신당의 3당이 연대한다는 계획이다.
여권은 이같은 정계개편구상을 올 정기국회이전까지 마무리, 안정적인 집권기반을 구축하게 되면 정기국회이후부터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개혁프로그램 등 국정운영을 차질없이 뒷받침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여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우리의 예상대로 한나라당이 지방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TK세력의 급속한 이탈이 예상된다”며 “여권은 이에 대비해 그동안 TK세력과 다각적인 물밑작업을 벌여왔다”고 말했다. 그는 “한나라당 TK중진들은 지역연합방식의 정계개편에 적극적인 의사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여권은 한나라당 중진들과의 접촉과정에서 내각제개헌문제도 깊숙이 논의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서리가 2일 김대통령과 독대한 직후 “정계가 4, 5개의 정당으로 재편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 것도 이와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같은 여권의 구상이 현실화되기까지는 많은 난제가 놓여있다. 우선은 지방선거 압승이 전제돼야 한다. 지방선거 후 한나라당의 집안사정이 여권이 예상하는 대로 변화될지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여권내부도 마찬가지다. 청와대나 국민회의 전체가 ‘지역연합’에 흔쾌히 찬성하는 것 같지는 않다. 지역화합이라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내 TK세력이 갖는 구시대적 이미지가 마음에 걸린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TK세력이 여권으로 변신하는 데 필요한 ‘분위기 조성’이 관건이다. 한나라당내 TK세력의 구심점으로 알려진 김윤환(金潤煥)부총재가 “설령 지역연합을 하더라도 지역정서를 설득할 수 있는 충분하고 상당한 명분이 주어져야 하는데 지금은 이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한 대목도 여권의 구상이 ‘희망사항’에 머물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최영묵·윤영찬기자〉m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