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스스로 ‘대도(大盜)’나 ‘의적(義賊)’이라고 말한 적은 결코 없습니다.”
조세형(趙世衡·54)씨는 5일 서울지법 319호 법정에서 열린 자신의 보호감호 재심청구 2차 공판에서 “현실의 조세형으로 판단받고 싶다”고 말했다.
자신에게 ‘대도’라는 수식어가 붙으면서 현실적으로 많은 피해를 보았다고 그는 주장했다.
그는 매년 바뀌는 교도소장은 ‘내 재임기간에는 사고를 못치게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처우개선을 안해주는 바람에 15년 동안 독방생활을 해야 했다고 말했다.
조씨는 이날 수많은 절도행각을 벌이면서도 나름대로 5가지 원칙을 지켰다고 소개해 방청객들에게서 ‘역시 대도’라는 반응을 받았다.
△가난하고 힘든 사람의 집은 털지 않는다 △나라망신을 생각해 외국인의 집에는 들어가지 않는다 △훔쳐온 물건의 30∼40%는 가난한 사람을 위해 쓴다 △검사나 판사의 집은 털지 않는다 △어떤 경우에도 무기를 사용하지 않는다.
판검사의 집을 털지 않은 이유는 다른 절도범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는 것.
검찰은 “죄책감을 희석하기 위해 어려운 사람을 도왔다”는 조씨에게 “그런 식으로 선행을 베푸는 게 옳으냐”고 물었다.
조씨는 “성경을 읽기 위해 촛대를 훔치는 게 나쁜 일이라는 걸 교도소에서야 깨달았다”며 고개를 떨구었다.
이날도 조씨는 검찰과 경찰이 자신의 범죄를 축소했다고 주장했다.
“사건 당시 경찰이 치안본부장과 서울지검장의 전화를 받고 수사기록을 폐기했다. 절도범인 나도 사람을 안때리는데 교도공무원이 재소자를 폭행해 숨지게 했다. 서울시장을 하던 김모씨 집에서 권총 세자루와 실탄 2백발을 훔쳐 장충동파출소에 몰래 갖다놨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