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金泳三·YS)전대통령은 언제 어떤 경위로 외환위기를 처음 알았을까.
검찰은 5일 외환위기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YS가 주변 인물들을 통해 외환위기를 감지하게 된 정황을 상세히 밝혔다.
지난해 11월10일 오후. 홍재형(洪在馨)전경제부총리가 YS에게 전화를 걸어 “큰일 났습니다. 국가가 부도나게 됐습니다”고 말하자 YS는 “그 정도로 심각하냐. 행사가 있어 바쁘니 내일 다시 전화를 걸어달라”면서 전화를 끊었다.
YS는 이날 오후9시반경 이경식(李經植)전한국은행 총재에게 전화를 걸었다.
“우리나라 부도납니다.”(이)
“부도나? 그러면 어떻게 해야하지.”(YS)
“돈을 꿔 와야죠.”(이)
“그런데 왜 안 빌려오나.”(YS)
“그건 김인호(金仁浩)수석에게 말씀하십시오. 저도 힘껏 돕겠습니다.”
YS는 11일 다시 홍전부총리의 전화를 받고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의 효과를 들은 뒤 김전수석을 불러 외환보유고를 묻는 등 직접 경제를 챙기기 시작했다.
YS는 12일 이례적으로 윤진식(尹鎭植)전청와대조세금융비서관을 독대하면서 분노를 터뜨렸다.
윤전비서관은 구체적인 수치를 들어가며 경제상황을 자세히 보고했다.
YS는 “김수석에게 그런 내용을 보고했느냐”고 물었다.
윤전비서관이 “여러차례 보고했다”고 대답하자 YS는 “후임 경제부총리로는 누가 좋겠느냐”고 물었다.
〈하준우기자〉ha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