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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신풍속도④]『아이 천천히 갖자』피임산업 호황

입력 | 1998-06-08 19:43:00


결혼 3년째인 C씨(33·경기 분당). 신혼 단꿈을 오래 지키고 싶은 그는 아내(29)의 일에 대한 애착도 남달라 철저히 피임을 해왔다. ‘딩크(Dink:의도적으로 자녀를 갖지 않는 맞벌이부부)’를 자처해온 C씨 커플의 당초 가족계획은 내년 초쯤 엄마 아빠가 되는 것.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한파에 밀려 C씨 커플의 가족계획은 헝클어졌다. 출산을 2년 더 늦추기로 한 것. 맞벌이 기혼여성이 임신할 경우 ‘정리해고 0순위’라는 소문이 아내 회사에 좍 퍼진 탓이다. 가뜩이나 월급이 깎여 씀씀이를 줄여야 하는 판에 아이를 낳고 한달 80만원 가까운 탁아 양육비용을 들여야 할 것을생 각하니 엄두가 안났다.

2년 뒤 C씨 아내는 31세. 솔직히 건강한 아이를 낳을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고생 끝에 아이를 대학까지 뒷바라지 하고나면 C씨는 인생의 황혼기를 맞이해야 하는 나이가 된다.

C씨 커플처럼 IMF 한파속에서 출산을 미루는 부부들이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아이 양육비를 감당하기 어려운게 가장 중요한 이유다. 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정의 ‘합계출산율(여성 1명당 일생동안 낳은 아기수)’은 94년 1.8명에서 지난해 1.71명으로 떨어졌다. 경기침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 지수는 6·25이후 최대의 경제위기를 맞은 올해 더욱 대폭 떨어질 것으로 예견된다.

80년대 70%대였던 피임실천율(성생활부부중 피임비율)도 지난해 80%를 넘어섰다. 가족계획사업이 시작된 62년 이후 최고치.

출산 적령기인 20,30대 부부들의 아이기피 풍조로 피임산업은 때아닌 호황을 만났다. 대한가족계획협회 집계를 보면 97년 12월과 올해 1월 사이 정관수술은 38%, 자궁내 장치수술은 10%나 늘었다. 직장여성 사이엔 ‘IMF형 낙태’가 유행을 타고 있다.

대표적인 피임기구인 콘돔의 지난해 판매실적도 전년에 비해 30% 이상 늘어난 것으로 한국의료용구협동조합 조사결과 나타났다. 산부인과 전문의들은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프로게스테론 에스트로겐 등 호르몬분비가 여의치 않아 성관계를 가져도 자연 피임되기 쉽다”고 말한다. IMF 경제위기가 사회가 유지되는 첫째 전제인 출산율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 셈이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