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사태 이후 우리 사회의 비윤리적인 ‘아이 버리기’가 불행하게도 10년전 수준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8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오후 7·00)는 ‘버려진 아이들―나는 누구입니까’편을 통해 기아(棄兒)의 실태와 문제점을 추적했다.
이 프로는 문제점 나열에 그치지 않고 해법을 제시하는 이른바 ‘대안제시형’ 다큐라는 점에서 돋보였다.
‘그것이…’에도 눈물샘을 자극하는 장면들이 잇따라 등장한다.
난지 6개월이 안돼 버려진 아이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이 카메라에 잡히는가 하면 40대가 되어서도 자신을 버린 부모를 찾는 이들의 고통이 소개됐다. 여기까지는 기존 프로들과 다를 게 없다.
그러나 제작진은 냉정함을 잃지 않고 대안제시를 위해 한걸음 더 나아갔다.
아이가 부모를 찾는 과정과 반대로 부모가 아이를 되찾기 위한 노력을 비교해 추적한 것이다.
상반되는 두 화면은 기아의 문제점을 압축적이면서도 생생하게 전달했다. 실제로 부모가 아이를 찾아나서는 것이 훨씬 쉬웠다. 아이들의 기억이 대부분 부정확하거나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제작진은 기아 관련기관들이 기존 상반신 사진 뿐만 아니라 전신을 찍은 사진과 발견된 장소 등을 촬영해 기록으로 남길 것을 제안한다.
또 경제난 등 여러 이유로 당장 아이를 키울 수 없다면 아이를 맡긴 뒤 되찾을 수 있는 제도가 있으므로 “그냥 버리지 말라”고 호소한다.
이같은 접근법은 무분별한 재연 화면으로 모범 범죄의 가능성과 함께 선정성 시비에 휘말리는 프로들과 좋은 대비를 이룬다.
미아찾기 편에서 소개됐던 한 아이가 실제 기아임을 밝혀내고 이에 대한 대책을 모색한 것도 일회성 문제제기에 그치지 않고 책임을 지는 프로의 단면을 보여주었다.
〈김갑식기자〉g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