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외국 심리학자는 세상에서 가장 힘든 역할로 부모 정치가 교사를 들었다. 이 셋의 공통점은 해내기 어렵고 책임이 막중한 반면 적절한 보상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뒤집어보면 그만큼 이런 역할들은 사회적으로 중요하다는 뜻도 된다. 이 가운데 부모의 역할은 자식에 대한 ‘의무’라는 측면이 있고 정치가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라도 받지만 천직으로서의 교사는 묵묵히 소임을 다할 뿐이다.
▼교사처럼 다양한 역할이 요구되는 직업도 흔치 않다. 단순히 지식만 전달해서는 유능한 교사가 될 수 없다. 인간적인 면에서 제자들의 모범이 되어야 하며 학생 개개인의 재능을 찾아내 길러주는 직관력과 통찰력도 지녀야 한다. 인류학자 마거릿 미드가 교사의 역할을 ‘예술’이라고 표현한 것은 이처럼 여러 능력을 조화시켜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교육개혁이 성공하려면 교사가 먼저 달라져야 한다는 주장이 최근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아무래도 학생을 직접 지도하는 교사의 손에 개혁의 성패가 달려있다는 얘기다. 정부도 교직사회의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갖가지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다. 연초에는 정년단축 문제를 거론하더니 이번에는 55세 이상 교사의 급여를 동결 또는 삭감해 노령교사를 퇴출시키는 방안이 나왔다.
▼경직된 교직사회를 바라보는 당국의 답답한 심정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좋은 선생님’의 여부를 연령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교직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젊음과 패기보다 연륜과 경험이 더욱 효과적일 수도 있다. 교사의 퇴출기준이 필요하다면 일차적으로 능력위주가 되어야 마땅하다. 교직의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은 채 섣부른 ‘수술’이 이뤄진다면 잃는 것이 더 많을지 모른다.
홍찬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