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으로 돌아가는 고래를 소재로 인간과 동물의 교감을 다룬 영화 ‘프리 윌리’의 주인공이었던 범고래 ‘케이코’가 야생으로 돌아간다.
케이코를 고향 바다로 돌려보내기 위한 운동을 펼쳐온 미국 프리윌리 케이코재단의 대표단은 9일 데이비드 오드슨 아이슬란드 총리를 만나 케이코를 바다로 되돌려보내는 문제를 협의했다.
범고래인 케이코는 두살때 아이슬란드 부근 바다에서 생포된 뒤 멕시코로 팔려가 놀이공원에서 고래쇼를 하다가 수년전 미국 오리건주의 뉴포트에서 야생적응 훈련을 받고있다.
12년동안 인간이 쳐 둔 울타리속에서 살아온 것. 케이코가 세계의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것은 93년 촬영된 영화 ‘프리 윌리’의 주인공역 ‘윌리’를 맡으면서부터. 이 영화가 히트하면서 동물보호단체를 중심으로 케이코를 영화처럼 진짜로 고향에 돌려보내야 한다는 여론이 국제적으로 일기 시작했다.
차가운 아이슬란드의 바다에서 살던 케이코는 멕시코의 따뜻한 풀장에 갇혀 사육되면서 피부손상 소화불량 근육퇴화 등 온갖 질병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온갖 재롱과 재주를 부리며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기도 했지만 대자연으로의 회귀를 간절히 바라다가 병을 얻은 것일까.
아이슬란드 당국은 처음 케이코가 오랫동안 따뜻한 풀장에 살면서 만성질환을 얻었기 때문에 차가운 아이슬란드 바다에서 적응하지 못할 것이라며 그동안 반대입장을 표명해왔다.
그러나 미국의 케이코재단은 케이코에 대한 야생 적응 실험을 한 결과 바다로 돌아가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음이 입증됐다고 밝혀 조만간 케이코를 바다에 풀어주겠다고 말했고 아이슬란드당국도 이를 환영한다고 말했다.
케이코가 인간의 따뜻한 마음을 뒤로 하고 드넓은 바다를 누빌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정성희기자〉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