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정계개편을 둘러싸고 치열한 물밑 기세싸움을 하고 있다.
국민회의는 15명이 넘는 한나라당 의원이 이미 입당을 내락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한나라당은 여당의 ‘자가발전’이라고 일축하고 있고 영입대상으로 지목된 의원들도 대부분 여당인사와의 접촉 자체를 부인한다.
한나라당은 10일 총재단 회의에서 정계개편 대응방안을 논의한 뒤 “여당이 3단계 개혁이니 정계연합이니 해서 낭만적인 정계개편계획을 흘리고 있으나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발표했다.
총재단이 직접 나서 동요가능성이 있는 의원들과 개별 접촉해 봤으나 상황이 심각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는 게 김철(金哲)대변인의 설명이다.
김대변인은 “입당제의를 받은 의원들이 여당의원들과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해서 완곡하고 점잖게 대답한 것을 여당측이 영입에 성공했다고 착각, 20∼30명 이탈설을 흘리고 있다”면서 “김대중(金大中)대통령도 이런 ‘허위보고’를 받고 지역연합 얘기를 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여당이 김대통령 귀국후 의원영입을 추진하겠다고 한발 물러선 것 자체가 판단착오를 시인한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미 여당측으로부터 입당제의를 받고도 부인하는 의원들도 있는 것은 사실로 보인다. 입당제의를 받은 사실 자체를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조직의 동요를 불러오거나 당지도부의 탈당만류를 받게 될게 뻔하기 때문이다. 여당 관계자들이 “이미 우리쪽으로 오기로 결심한 의원들도 괴롭힘을 당하지 않기 위해 몸조심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여권이 영입대상으로 지목한 한나라당 의원 중 진로를 고심하는 듯한 반응을 보인 사람은 정영훈(鄭泳薰) 유용태(劉容泰) 이국헌(李國憲) 박종우(朴宗雨)의원 정도다. 이들은 “호남 충청출신 유권자가 너무 많다” “국민회의로 가라는 여론이 많다”고 말했으나 여당행 결심여부에 대해서는 확답을 피했다.
다른 의원들은 여당행 가능성을 강하게 부인했다. 이해구(李海龜)의원은 “거론되는 것 자체가 인격모독”이라고 흥분했다. 전용원(田瑢源)의원은 “정치를 하려면 어려울 때 눈비 맞으며 들판에 서있을 줄도 알아야 한다”면서 여당의 입당제의가 없었다고 밝혔다.
이경재(李敬在)의원도 “여당에서 온갖 설로 바람을 잡고 있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여야의 판단과 주장이 엇갈리고 있어 정계개편의 뚜껑이 열릴 때까지는 신경전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차수·김정훈기자〉kimc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