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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기부,「직원윤리헌장」선포…정치독립등 변신 다짐

입력 | 1998-06-10 19:57:00


국가안전기획부가 거듭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때로는 인권침해와 탈법행위도 서슴지 않았던 권력기관으로서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국민에게 봉사하는 진정한 의미의 국가기구로 다시 서겠다는 것이다.

안기부는 10일 서울 내곡동 청사에서 부(部)창설 37주년 기념식을 갖고 안기부원이 지켜야 할 행동양식과 활동규범을 담은 ‘직원 윤리헌장’을 채택했다. 안기부가 윤리헌장을 만들어 선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헌장에는 개혁 의지가 잘 담겨있다. “우리는 국가정보기관의 일원으로서 힘의 원천이 국민의 사랑과 신뢰에 있음을 명심한다”로 시작되는 헌장 전문(前文)은 안기부의 존재근거가 주권자인 국민의 일반의지에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6개항으로 된 실천강령도 △정의와 진리의 편에서 생각하고 행동한다 △먼저 알고 앞서 대비해 국가 안전을 확고히 보위한다△양질의 정보를 신속히 제공해 국익증진에 기여한다 △개인의 명예를 잃는 것이 전체의 명예를 잃는 것임을 자각한다 △동료애로 화합하고 평생직원으로서 긍지를 소중히 간직한다 △보안을 생명으로 알고 직무상 기밀은 끝까지 엄수한다고 돼 있는 등 치열한 개혁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실천강령이 강조하는 것은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과 대(對)국민정보 서비스의 중요성에 대한 자각이다. 강령 중 ‘정의와 진리의 편’ 대목은 과거의 고질적 폐해였던 정치개입으로부터 자유로워지겠다는 각오의 표현이다.

안기부의 개혁 노력은 새 정부 출범후 확실히 두드러진 감이 있다. 부훈도 바꿨고 총원의 11.1%를 감축하는 대대적인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그러나 아직은 말(言)뿐이다. 오히려 안기부의 이런 노력들이 단순한 정치적 캠페인에 불과하다는 냉소띤 비판이 있을 정도다.

“과거에도 그런 ‘캠페인성 행사’는 자주 있었다”는 것이다. 이종찬부장을 비롯한 새로운 수뇌부의 개혁의지가 군대를 능가할 만큼 관료화되고 병영화된 안기부체제 안에서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지 우려하는 시각도 많다.

〈한기흥기자〉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