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재작년인가. 코넬대와 뉴욕 한국문화원에 가서 한옥 얘기를 하였다. 유행하는 ‘생활 한복’을 사입고 가서 두팔 넓게 벌리고 한번 빙그르르 돌고는 “한옥이란 이만큼 편한 집이올시다. 한국 문화란 이만큼 넉넉한 내용이 가득한 그런 것이죠” 하였더니 다들 손뼉쳐 화답해 주었다.
금년 4월에도 뉴욕과 뉴저지주에 가서 여러 사람들을 만났다. 생활한복을 다시 한벌 사입고 가서 얘기꽃을 피웠더니 역시 다들 부러워하였다.
그 사람들의 관심은 한옥에 있었다. 미국에 한옥을 지을 수 있겠느냐는 질문도 있었다. 내가 전에 프랑스 파리에 지은 ‘고암서방’에 대한 소문이 퍼졌나 보다. “그런 집 한 채 지어 살고 싶다”고도 했다. 이런 경향은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한옥에 살고 싶다는 바람이 높아지고 있다.
서울 근교 멋쟁이들이 가는 분위기 있는 집이라면 이젠 한옥 답게 지어야 손님이 든다고도 한다. 생활 한복처럼 이제 생활 한옥도 새로운 발걸음을 시작하나 보다.
한옥을 짓고 싶어 현대건축설계사무소에 가서 문의하니 “그런 것은 지을 줄 모른다”고 하더라며 몹시 서운해하는 사람도 있었다. 현실이 그렇다. 그 많은 각급 학교 건축과에서는 한옥을 어떻게 짓는지를 가르치지 않는다.
그런 과목도 학과도 없으니 배출된 인재가 있을 리 없고 “지을 수 없다”는 것이 솔직한 대답이다. 그런 말을 해줬더니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는 표정들을 지었다. 그렇다 한들 내게 뾰족한 수가 있을 리 없다.
대학 관계자들은 정작 학과를 개설하고 싶어도 전임교수감이 부족하다는 말을 한다. 그러나 문화재 보존, 사찰 중창, 한옥 신축 등 우리 전통 건축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고 그 일에 종사하는 인재들도 있다. 그들에게 위촉해 과도기를 감당하게 하고 그로부터 정규 교육 과정을 마련하면 될 일이다.
시도 문화재 위원을 비롯한 문화재 관련 종사자들이 많이 필요하다. 여기에도 역시 정규학과 이수자들이 있어야 한다. 학문적 기반이 약하면 조직적 발전이 어렵다. 학교와 학과의 전문 분야는 그래서 필요하다.
서울 남산에 복원이란 이름으로 엉터리 민속마을이 지어졌어도 아무도 본격적인 비판을 하지 않는 것은 학문적 기반이 없어 비평 정신이 배양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문화재 보존에 문제가 있다는 것도 결국은 인재 양성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국내외에서 한옥에 대한 관심은 대단히 높아졌다. 여건만 마련되면 한옥 건축이 급속히 발전할 수 있는 시점에 있다고도 할 수 있다.
21세기 문화경쟁 시대에 적응하려면 그러한 기미는 더 지체하지 말고 개화되어야 한다는 지적을 들으면서 미국 속의 한옥 열기를 실감하였다.
나는 ‘생활 한복’처럼 ‘생활 한옥’의 꽃이 조만간 만발하리란 예감을 하면서 입고 있던 한복을 기쁜 마음으로 얼른 벗어주고 따뜻해진 마음만 얼싸안고 기분 좋게 귀국하였다.
신영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