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에베레스트만 남았다.’
열손가락이 모두 없는 장애를 무릅쓰고 세계 5대륙 최고봉에 도전하고 있는 김홍빈(金洪彬·35·광주 북구 용봉동)씨가 북미 최고봉 매킨리(6,194m)를 정복한 뒤 4일 귀국, 에베레스트(8,848m) 등반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김씨는 지난달 30일 산악회 후배인 김은주씨(26·여)와 함께 베이스캠프(5,200m)를 나선지 10시간만에 강한 눈보라를 뚫고 매킨리 정복에 성공했다.
매킨리는 김씨에게 좌절과 희망을 함께 안겨준 곳. 91년5월 등반에 나섰다가 악천후로 정상을 불과 3백m 앞두고 하산, 현지에서 열손가락을 모두 잘라내는 수술을 받았다. 동상이 심해 그 방법밖에 없었던 것.
“처음에는 장애인이 됐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지만 현실로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이 때부터 장애인도 뭔가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세계 5대륙 등정의 꿈을 키웠습니다.”
그는 지난해 7월 북유럽의 엘브르스봉(5,642m)을 정복한데 이어 2개월 후 아프리카 최고봉인 킬리만자로(5,895m), 올 1월에는 남미의 최고봉인 아콩카과(6,959m)정상에 태극기를 꽂았다. 에베레스트 등반에 필요한 비용은 줄잡아 2억5천만원 정도.
김씨는 “경비를 마련할 길이 막막하긴 하지만 결코 에베레스트 등반을 포기할 수 없다”며 “말없이 내 뜻을 따라주는 아내가 있어 외롭지 않다”고 말했다.
〈광주〓정승호기자〉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