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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신풍속도⑤]『싸게 더 싸게』소비거품 사라진다

입력 | 1998-06-11 19:54:00


올초 결혼한 김모씨(28·여)는 결혼식을 예식장이 아닌 구청 강당에서 올렸다.

이용료는 무료. 늘 근사한 호텔에서 동화같은 결혼식을 꿈꿨던 김씨로서는 못내 아쉽긴 했지만 ‘초긴축 결혼작전’의 하나였다.

신혼여행도 여러 걸음 물러나 차를 손수 몰고 경주와 동해안을 한바퀴 도는 걸로 만족했다.

이런 식으로 줄이고 줄인 결과 결혼 예산을 당초 잡았던 1천만원 정도에서 4백만원선으로 끌어내릴 수 있었다. 나머지 6백만원은 정기적금에 넣어 주택구입자금에 보탤 생각이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과소비가 심했던 결혼식 문화에도 요즘 이처럼 알뜰 바람이 거세다. IMF는 흥청망청하던 과소비와 과시형 소비 대신 실속형 소비를 정착시키고 있다.

소득이 줄어든 탓에 감수해야 하는 내핍생활이라는 측면도 있지만 그동안의 소비거품이 빠지고 있다는 바람직한 현상으로도 받아들여진다.

실속소비 바람은 요즘 가전제품의 단순화 경향에서도 뚜렷하다. 복잡한 기능을 주렁주렁 매단 제품을 경쟁적으로 개발했던 가전사들은 일제히 부수기능이나 옵션을 뺀 실용성 위주의 제품들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히트 제품인 명품TV에서 화면분할 기능과 음성다중 스테레오 기능을 없앤 모델을 15% 싼 가격에 내놓았다. 대우전자와 LG전자도 예약녹화나 와이드 겸용 기능 등을 없앤 대신 값을 많이 내린 제품을 새로 내놓았다. 홈쇼핑 인기상품 리스트도 바뀌고 있다. 과거엔 다이아몬드 헬스기구 등 고가의 수입 레저용품이 많이 나갔으나 요즘에는 저렴한 생활용품이 잘 팔린다.

케이블TV채널인 LG홈쇼핑이 올 1·4분기(1∼3월)중 히트상품을 집계한 결과 1위를 차지한 제품은 뜻밖에도 압력밥솥. LG홈쇼핑측은 “외식을 삼가고 가족과 함께 식사하는 시간이 늘어났기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나름대로 풀이했다.

고급 쇼핑공간의 대명사로 불리던 백화점도 알뜰족을 겨냥하고 나섰다. 백화점 문화센터 강좌는 바이올린 볼룸댄스 글쓰기 교실 등 ‘교양형’은 줄어들고 ‘부업형’ 강좌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헤어커트반 한식조리사반 제과기능사반 등은 조금이라도 생활에 보탬이 되는 기술을 익히려는 주부들로 늘 만원이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