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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여당 왜 이러나?

입력 | 1998-06-12 19:12:00


기업빅딜 정계개편 개헌처럼 경제와 정치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중대사안들이 어지럽게 부침(浮沈)하고 있다. 그러잖아도 나라와 개개인의 삶이 내일 어떻게 될지 모르는 불투명의 시대에 그런 혼란까지 겹쳐 국민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집권여당이 혼선을 야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기업빅딜은 청와대 비서실장의 돌연한 발설과 해당기업들의 완강한 부인으로 혼돈에 빠졌다. 게다가 연립여당 간부들은 서로 다른 말을 하다가 이제는 너나없이 발을 빼고 있다.

자칫 빅딜은 차질을 빚고 정부개입 시비만 남을 우려도 있다. 배경이 무엇이었든 여권의 경솔한 처신이 일을 꼬이게 만들었다. 빅딜은 아직 무르익은 것 같지도 않지만 설령 실현단계에 와 있더라도 여권인사들이 먼저 입을 열 일은 아니었다.

여권은 또 정계개편 방법으로 지역연합론을 거론해 정치판을 흔들어 놓더니 이내 꼬리를 내리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한나라당이 8월 전당대회 개최합의로 내분을 봉합했기 때문에 여권의 정계개편 구상도 수정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가 보기에 여권은 애당초 현실성도 따져보지 않은 채 말부터 꺼냈다가 일이 잘 풀리지 않자 다시 주워담는 인상이다. 되지도 않을 일을 떠벌려 정치혼란만 부른 것이다. 결국 여당은 스스로 신뢰를 떨어뜨리고 정계개편론이 갖는 나름의 당위성마저 훼손했다.

그런 터에 연립여당은 의원내각제 문제로 갈등하며 정치의 불확실성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이견이 있다면 자기들끼리 조용히 해소할 것이지 국민을 상대로 연일 싸우는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

양당은 내각제 논쟁을 즉각 중단해야 마땅하다. 모든 국력을 경제회생에 쏟아부어도 될까말까 하는 시점에 그런 문제로 티격태격하는 것은 집권여당이 취할 태도가 아니다. 더구나 양당이 합의한 개헌시한도 많이 남아 있다.

국회공백에 대처하는 여당의 태도 역시 오만하다. 여당은 선(先)국회법협상을 내세우지만 과반수 의석을 확보하고 유리한 위치에서 원(院)구성을 하겠다는 속셈일 것이다. 지나치게 정략적인 처사다. 여당이 과반수가 되지 않으면 국회를 비워두겠다는 발상이 세상에 어디 있는가. 국회공백은 최대한 빨리 해결해야 옳다.

여권의 이완이 김대중(金大中)대통령 방미중의 일시적 해이만은 아니라고 본다. 기본적으로 여권은 인적 구성부터 취약하다. 여기에 뭔가를 빨리 내놓아야겠는데 뜻대로 안되는 데 따른 초조감도 작용하는 듯하다. 연립여당은 그런 구조와 자세를 시급히 바로잡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권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불행을 가져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