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미니화제]美언론 「백남준 딜레마」

입력 | 1998-06-12 19:47:00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내외가 9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 내외에게 베푼 국빈만찬에 참석했던 세계적 비디오 예술가 백남준(白南準)씨 때문에 미 언론들이 심각한 고민에 빠졌던 것으로 12일 밝혀졌다.

백씨는 중풍을 앓고 있는 불편한 몸인데도 불구하고 자리를 빛내기 위해 휠체어를 타고 만찬에 참석했다.

그런데 그가 클린턴대통령과 악수를 나누기 위해 일어서는 순간 바지가 흘러내리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게다가 그는 속옷을 입지 않고 있었다.

워싱턴포스트지는 다음날 “클린턴대통령과 김대통령 내외는 그들의 프로페셔널리즘이 도전을 받았으나 전혀 동요의 기색이 없었다”고 단 한 줄로 점잖게 처리했다.

문제는 방송사들. CNN은 “그것은 백씨에게 결코 좋은 일이 될 수 없기 때문에 관음증(觀淫症)에 영합하는 것이 아니라면 보도가치가 없다”면서 문제의 화면을 보도하지 않았고 MSNBC는 “내부논란끝에 병을 앓고 있는 신사에 대한 예의로 보도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폭스TV는 백씨의 얼굴과 아랫도리가 안보이게끔 기술적으로 처리해 보도했고 미 의회전문 TV인 C―SPAN은 화면을 잘라냈다.

그런데 미 언론의 고민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백씨 관련 보도태도가 옳지 않다는 반성이 나오고 있는 것. C―SPAN의 리치 팔 대변인은 “어떤 것도 편집하지 않고 그대로 내보낸다는 C―SPAN의 보도방침에 어긋난 조치였다”면서 유감의 뜻을 표시했다.

워싱턴포스트도 자사의 기사표현이 모호했던 데 대해 “마감시간에 쫓겨 유감스런 결정을 내렸다”는 평가를 내렸다. 이들은 언론은 어디까지나 사실을 충실히 알릴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ek@donga.com